[문화]문학계가 주목하는‘리얼리스트 100’ | ||||||
2008 01/22 뉴스메이커 759호 | ||||||
지난해 9월 창립한 문학작가단체… 인터넷 카페 거점으로 운영
“우리는 폭력과 소외, 적자생존의 경쟁을 일상화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며, 인간 존엄이 회복되는 사회를 지향한다. 현장 중심의 실천을 통해 반자본주의적 문화·문학운동의 토대를 만들려는 작가·창작자들의 모임을 지향한다.”(리얼리스트 100의 규약 중)
참여문학이 힘을 발휘하던 1980년대나 볼 수 있던 선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문구는 2007년 9월 창립총회를 연 문학작가단체 ‘리얼리스트 100’의 규약이다. 실용과 경제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앞두고 있는 때에 이들의 목소리는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사회와 독자는 참여문학을 외면하고, 문학운동을 낯설게 여기는 추세다. 하지만 리얼리스트 100은 여전히 “참여문학이 유효하다”라고 외치고 있다. 리얼리스트 100의 정체는 무엇일까. 리얼리스트 100의 지향점은 단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리얼리즘’이다. 추억의 단어가 된 리얼리즘 문학을 통해 공동체 삶을 지향하는 작품을 쓰고 싶은 작가들이 모인 단체다. 100이라는 숫자는 작가 100명을 뜻하기도 하지만, 문학운동의 본령에 도달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공선옥·김경윤·김해화씨 등 참여
현재 리얼리스트 100은 인터넷카페(cafe.daum.net/realist100)를 거점으로 사무실 하나 없이 운영한다. 작가와 독자의 쌍방향 네트워크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대표도 없이 집단체제로 운영한다. 다만 ‘연구학습모임’ ‘현장연대모임’ ‘매체기획모임’ 등 실무 단위 소모임을 중심으로 외곽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를 펴낸 바 있는 문동만 시인이 총무를 맡아 홍보와 기획 등 실무적인 일을 하고 있다. 문동만 시인은 “자본주의 시대에 속물화되는 사회를 반성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싶은 작가들이 모였다”면서 “우리는 창작운동의 방식으로 진보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창립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리얼리스트 100이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출판사 ‘삶이보이는창’의 대표이자 회원인 박일환 시인은 “몇 해 전부터 노동문학 캠프에서 토론회를 열면서 뭔가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면서 “그래서 창립 몇 개월 전부터 4명의 작가가 전국을 돌면서 뜻을 같이하는 동료 작가들을 모았다”고 설명한다. 리얼리스트 100 회원은 1월 8일 현재 ‘딱’ 100명의 작가가 정회원(작가는 정회원의 신분으로 활동하고, 일반인은 카페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으로 등록했다. 대중적인 작가는 눈에 띄지 않지만, 나름대로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공선옥 작가도 이곳에 이름을 올렸고, ‘철학사냥’을 펴낸 김경윤씨, 시집 ‘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의 김해화, 소설 ‘파업’으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안재성씨,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고 현재 용접공으로 일하는 시인 최종천씨 등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2007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된 시집 ‘하늘공장’의 임성용, 소설 ‘미궁의 눈’의 최용탁, 평론집 ‘시학의 변주’를 쓴 맹문재씨 등도 리얼리스트 100의 회원이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작가마당을 마련해 일반 독자와 소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들이 모인 이유를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작가회의’(2007년 12월 민족문학작가회의라는 명칭을 한국작가회의로 바꿨다. 이하 작가회의)가 떠오른다. 작가회의는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모태로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작가들이 모인 대표적인 작가 단체다. 리얼리스트 100이 작가회의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작가회의에 참여했던 많은 작가가 리얼리스트 100에 왜 참여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작가회의의 한 관계자는 리얼리스트 100 회원에게 “왜 굳이 나가서 만들려고 하느냐. 작가회의 내부에서 만들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박일환 시인은 이에 대해 “작가회의의 덩치가 커지면서 사회 모순을 지적하는 기민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서 “또한 창작과비평이나 실천문학사 등 진보적인 출판사도 규모가 커지면서 상업적인 논리로 책을 펴내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설명한다. 리얼리스트 100의 회원인 소설가 이인휘씨는 “작가회의와 비슷한 세력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작가회의와 불필요한 갈등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다만 지금은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기 때문에 리얼리스트 100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덧붙인다. 무크지 형식 문학지 창간 계획 리얼리스트 100은 소모임을 통해 활동의 방향성을 잡아나가고 있다. 특히 매체기획모임은 단체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다. 매체기획모임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메일링 리스트’ 작업이다. 일반 독자에게 리얼리스트 100이 추구하는 문학세계를 알리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문학지 창간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돈이 많이 필요한 계간지보다 무크지 형식의 문학지를 창간해 회원들의 작품을 일반인에게 알린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할 때 생기는 한계를 오프라인 매체로 뛰어넘는다는 복안이다. 박인환 시인은 “이런 활동을 통해 참여문학을 좋아하는 잠재적인 독자층을 확보하려고 한다”면서 “독자들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리얼리스트 100에 동조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여준다. 독자층이 어느 정도 마련된 후에는 리얼리스트 100 회원들의 작품을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그리고 연구학습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회원들은 독자와 작가를 위한 강좌나 대담 등을 계획하고 있다. 르포문학교실과 여성노동자 문학교실 등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연대모임은 작가들이 직접 노동현장으로 찾아가 연대를 맺는 활동을 주로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첫 번째 현장연대활동으로 충남 계룡시에 있는 악기공장 콜텍의 농성현장을 찾아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1박 2일을 함께 지내면서 취재했다. 리얼리스트 100의 움직임은 아직 미미하게 보인다. 하지만 행사가 있으면 전국 각지에서 회원들이 찾아오는 튼튼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활동을 약속한다. 무엇보다 리얼리스트 100 회원은 자신들의 창작의 질을 높이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독자가 찾지 않는 단체와 작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리얼리스트 100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활동영역을 넓힐 때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궁금하다. 또 리얼리스트 100이 리얼리즘과 참여문학에 새로운 힘을 줄지 아니면 흐지부지 사라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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