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최종업데이트 2015-05-08 16:34:52 이 기사는 현재 1739건 공유됐습니다. 민중의 소리
비인간적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1년이 넘도록 장기파업을 벌여온 부산합동양조(생탁) 현장위원회 조합원이 숨진채로 발견됐다. 사회적 타살로 규정한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는 악덕사장 처벌 등 생탁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자료사진ⓒ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장기파업 중인 부산 막걸리 제조업체 부산합동양조(생탁) 현장위원회의 50대 조합원이 건강악화로 끝내 숨졌다. 노조는 “자본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하며 생탁사장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기파업 생탁 조합원 숨진 채로 발견
노조 “절박한 요구 외면, 노동자 숨지게 해”
생탁 현장위원회가 열악한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지 374일째 되던 7일 오후 3시께, 조합원 진아무개(55) 씨가 부산 사하구 장림동 자택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진 씨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이 혼자 살고 있던 그의 집을 찾았고, 이미 숨져 있는 진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망 시간은 5일과 6일 사이, 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됐다.
현장위원회 관계자는 “부친으로부터 전화가 안된다는 연락을 받고 자택으로 달려가 보니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며 “한 달 전만 해도 부산고용노동청 농성 장에서 하루 종일 서명운동에 함께 하셨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2009년 7월 생탁 장림공장에 입사한 진 씨는 제조된 막걸리를 배송 전 차에 실어 올리는 상차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에 참가, 열성적으로 활동을 펼쳐왔다. 1년이 넘는 생탁 현장위원회 파업 과정에서 생계가 끊기며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건강도 계속 악화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위원회는 진 씨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했다. 8일 낸 성명서를 통해 현장위원회는 “생탁 투쟁 374일 차, 노동청 노숙농성 115일차, 부산시청 전광판 앞 고공농성 22일차에 진 조합원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며 “생탁 사장들이 생탁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끝내 외면했고, 결국 한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현장위원회는 “생탁 투쟁이 장기화된 이유는 악덕사장들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교섭권과 쟁의권을 빼앗고, 교섭을 해태해왔기 때문”이라며 “악덕사장들과 부실한 수사를 한 부산고용노동청,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악법이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지난 16일부터 부산시청 앞 전광판 앞에서 고공농성 중인 부산일반노조 부산합동양조(생탁) 현장위원회 송복남 총무부장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 심정보 조합원.ⓒ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장기파업이 진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부산시청 앞에서 23일째 고공농성 중인 송복남 부산일반노조 생탁 현장위원회 총무부장도 분노를 표시했다. 송 총무부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측과 권력이 진 조합원을 죽인 것이다. 장기파업으로 노동자를 벼랑끝으로 몰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년 동안 수입 한 푼 없이 오죽했겠느냐.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고 이를 술로 달래야 했을 것”이라고 슬퍼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일반노조는 진 조합원의 사망과 관련해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장례는 유가족의 입장에 따른다는 방침이다. 부산일반노조는 “우선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 아래에 분향소를 차리고 추모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고인이 염원했던 민주노조 사수, 생탁문제 해결을 위해 더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생탁 장림공장에서는 50대 이상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월 1일 쉬거나, 일요일엔 고구마를 먹으며 특근을 해야하는 등의 비인간적 처우에 반발해 지난해 초 노조를 결성하고, 375일 동안 파업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폭로로 공장 내부의 비위생적 제조 환경과 허위광고 등이 밖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고, 식약청과 고용노동부가 각각 단속에 나서는 등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파업 시작 한 달여 뒤인 작년 5월 제2노조가 만들어지면서 교섭권을 빼앗기고, 파업 조합원들은 줄줄이 해고됐다. 현장위원회는 12월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깨려한다면서 ‘노조 무력화 방안 담긴 사측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다 노조는 1월 14일부터 “악덕사장 구속수사, 생탁 사태 해결” 등의 요구를 내걸고 부산고용노동청 앞 노숙농성에 돌입했고, 4월 16일엔 송복남 생탁 현장위원회 총무부장이 부산시청 앞 11미터 높이의 전광판에 올라 23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