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호타이어의 후안무치가 분신사태 불렀다
[사설] 금호타이어의 후안무치가 분신사태 불렀다
전남 곡성의 금호타이어 공장 노동자이자 노조 대의원인 김재기(43)씨가 스스로 몸을 불살라 사망했다. 16일 밤에 일어난 참극이다. 회사측이 김씨와 동료들이 일하는 업무의 도급화를 강행했고 이에 안간힘을 쓰며 저항하던 김씨가 끝내 자신을 희생시킨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부채비율 급증으로 2009년말 워크아웃에 들어가 지난해 말 졸업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체제로 간 것은 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다. 박삼구, 박찬구 형제가 유명한 ‘형제의 난’을 벌이며 금호그룹 소유권 쟁탈전을 벌였다. 또 세계 경제에 이미 경고등이 들어온 2000년대 후반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전형적인 재벌의 탐욕과 무능이 타이어업계의 2대 주요 업체였던 금호타이어를 2만%를 웃도는 부채율과 함께 워크아웃의 절벽으로 내몬 것이다.
워크아웃이 한창이던 2010년 사측은 노조를 압박해 ‘597개 직무 도급화’ 합의를 받아냈다. 도급화란 회사 내 업무를 하청에 넘기는 것으로 사내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다. 도급화는 회사에는 ‘인건비 축소’지만 노동자에게는 ‘고용위기’다. 정규직 신분을 박탈당하거나 ‘전환배치’라는 허울 아래 평생해온 일과는 다른 일을 어느 날 하게 될 수도 있다.
나라가 전란에 휩싸이면 백성이 의병이 되듯 경영자들의 무능과 탐욕으로 기업 파산의 위기에 몰렸을 때도 발 벗고 나선 것은 노동자들이었다. 임금삭감과 동결, 상여금 반납 등으로 2010~2013년 4년간 6000억원이 넘는 인건비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도급화도 일부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질좋은 타이어를 열심히 만들어 지난해말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회사는 2010년 합의서를 빌미로 도급화 대상 중 남은 76개의 직무도 도급화하겠다고 나섰다. 후안무치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도급화 대상이었던 김재기씨와 동료들은 하루하루 회사의 움직임에 애를 태워왔다. 이것이 금호타이어에서 벌어진 분신 사태의 배경이다.
생활고를 견디며 망할 위기의 회사를 구해놨더니 비정규직을 더 늘려야겠다는 욕심 부리는 것은 물에서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심보와 똑같다.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참된 사과와 반성을 할 줄 모른다면 노동자의 단결투쟁이라는 호된 매 밖에 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