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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먹여살리는 마트? 마트 먹여살리는 아줌마!(2014.9.5)

참된 2014. 11. 9. 02:55

아줌마 먹여살리는 마트? 마트 먹여살리는 아줌마!

[싸우는 이야기① 홈플러스 노동자] "생활에 플러스가 됩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우리’가 꽤 잘 산다고 생각해왔다. 생활은 편리하고 풍족해졌다. 그러나 세련되고 성능 좋고 더 커진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에는 저임금, 일자리 부족, 비정규직이라는 문구가 맴돈다. 주변을 둘러보면 내 옆의 누군가는 예전보다 반 값 임금을 받고, 고용의 불안에 떨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너무나 당연해진 고용의 불안. 우리의 삶은 진정 풍족한가? 우리 무엇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울산지역 투쟁사업장 승리를 위한 공동투쟁단’은 울산에서 간접고용과 고용불안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 물음의 답을 찾으려 한다. 기획은 (2) 울산과학대, (3)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4)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5) SK브로드밴드까지 모두 5회로 진행된다.

“마트가 우릴 먹여살린다고? 아니지. 아줌마가 마트를 먹어살리는 거지. 최저임금 받으며 뼈빠지게 일하고, 집에 갈때는 저녁 찬거리 사가지, 마트에서 받은 월급 고스란히 마트에 다시 갖다 바치는거야. 어떨땐 마트를 위해 내가 존재하는가 싶기도 해.”

대형마트는 판매, 계산뿐 아니라 진열, 포장 등 보이지 않은 일까지 일거리가 많다. 종사자는 대부분 40,50대 이다. 임금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다보니 젊은 직원은 많지 않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입사한 30대 직원을 빼면 대부분이 아줌마, 아저씨다. 이들의 모든 생활은 마트로 이어진다. 직장이 마트이기도 하지만 퇴근 후나 쉬는 날도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는다. 마트는 이미 우리 생활에 밀접한 공간이다. 찬거리를 사러 가고 아이들 학교 준비물을 사러도 간다.



홈플러스 매장 입구에는 ‘생활에 플러스가 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소비자가 볼땐 맞는 말 같다. 홈플러스는 고객에게 경쟁마트보다 물건이 비싸면 차액을 쿠폰으로 지급하고 계산이 잘못되면 상품권을 주면서 사과한다. 생활이 보탬이 되는 듯하다. 홈플러스는 노동자의 삶에도 보탬이 되는 기업일까.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경력단절여성에 재취업을 위해 사회적 비용이 년간 15조원이 드는 요즘에 마트만큼 아줌마가 취업하기 쉬운 직장은 없다. 직원통로엔 포장훼손이나 유통기한 임박의 상품을 직원가로 할인해 팔기도 한다. 마트에 일하는 이모들은 “집에서 노느니 나와 일하고 친구도 사귀고 직원가로 알뜰하게 물건사는 재미도 있다”고 말한다. 실상은 고객에서 판매할 수 없는 재고상품처리에 불과하다. 마트 직원의 카드내역을 보면 절반이 마트에서 구매한 내용이다. 마트 매출에 미치는 직원의 기여도가 높다. 마트에서 직원은 ‘내부고객’으로도 불린다.

홈플러스는 지난 해 10월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 14년간 노조가 없었다. 임금교섭이 없으니 직원의 임금이 오르기는커녕 물가대비 임금 상승률은 마이너스였다. 올해 노조와 첫 임금교섭에 나섰지만 지난해 대비 ‘시급 200원을 올려준다’가 회사의 입장이다. 내년도 최저시급은 올해 5210원 보다 370원 오른 5580원이다. 홈플러스 9년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시급이 5600원이다. 생활임금은 고사하고 조만간 최저임금보다 낮아질 지경이다.

200원으론 껌도 못 사먹는다! 총파업 결의대회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지난달 29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3일 동안 파업과 불매운동을 펼쳤다.
홈플러스 노조와 홈플러스 본사는 지난 4월부터 13차례에 걸쳐 임금교섭을 벌였지만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22일 임금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홈플러스 노조는 총파업을 결정했다. 서울 지역은 영등포·금천·합정·강동·월곡·강서 6개 매장과 경기·강원·부산·울산·대구·경남·전남을 포함한 전국 40여개 매장 노동자가 총파업에 참여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추석을 앞두고 가장 바쁜 주말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총파업 투쟁에 나선 것은 수개월간 진행된 임금교섭이 최종 결렬되었기 때문”이라며 “‘시급 3구간 축소, 5700원(3.75% 인상)’ 인상안을 최종적으로 제시한 이후 어떤 추가 제안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시급이 최저임금 인상분(7.1%)만큼 이라도 올라야 하며, 장기근속자들을 현실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며 “최소한 근속수당 8년 상한제를 없애고, 유통업계 이슈인 감정노동 문제에 대응해 '감정 수당'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노조 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는 대부분 점포에서 정상영업을 했다. 파업 참여수가 많았던 일부 점포는 인근 점포나 본사에서 인력지원을 받았다.
홈플러스 측은 “서로 얻는 것 없이 모두가 공멸하자는 노조의 선택에 대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총파업과 적극적 불매운동 등 정당한 쟁의행위 한계를 일탈한 위법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에서도 홈플노조가 남구 야음동에 있는 홈플 남구점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홈플조합원, 민주노총,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 SK브로드밴드, 알바연대를 비롯해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외치는 각 사업장 노동자가 함께 모였다.



홈플 노조는 소비자에게는 경품사기,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제공하는 홈플러스에 사회적책임을 묻고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밖에서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는 동안 매장 안은 평화로웠다.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갔지만 매장은 고객이 쇼핑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운영되고 있었다. 매장에서 판매를 하는 김선자(52, 여자, 가명)씨는 “나야 여기 직원이 아니라 업체에서 들어온 사람이라 불평을 못하지만 마트가 원채 월급도 적고 대우도 안 좋다. 언니들이 총파업한다니까 평소라면 사무실에 앉아있던 양반들까지 다 나와 계산하고 물건 진열을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홈플노조 사무장은 “노조 가입률이 전국은 10%인데 비해 울산은 50%이다. 가입률이 높지만 조합원은 거의 비정규직뿐 이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울산본부는 지난해 10월 16일에 출범했다.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40~50대 주부사원이 대부분이고 계산대에 캐셔로 종사하는 2, 30대도 일부 있었다. 평소라면 휴게실에 모여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시간에 이들은 딱딱한 보도블럭 위에 모여앉아 ‘홈플러스 규탄’을 외치고 있었다. 이은정 사무장은 “저는 홈플러스는 사랑하고 홈플러스에 근무하는걸 자랑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고객을 경품사기로 기만하고 노조와 임금교섭에 불성실한 자세로 임했기 때문에 총파업으로 노조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파업이유를 설명했다.

파업 참가자 박모씨(45, 입사 3년차) “매출 10조원이 넘는 홈플러스가 노동자에게 주는 400원이 아깝냐”고 비난했다.

홈플러스는 회사가 생긴지 15년 만에 첫 임금교섭을 열었지만 노조에 제시한 시급인상안은 ‘200원’이었다. 노조는 ‘400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매출 10조원대로 유통업계 매출 2위 기업인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직원의 월급은 100만원이 채 안 된다. 9년차 노동자의 월급은 시급 5,600원으로 한달 136.3시간 일하고 102만원을 받았다. 여기서 4대 보험을 빼면 실제 90만 3,180원을 받는다. 시급이 최저시급에 가까운데다 0.5시간제 때문에 실제 월급은 더 적다. 고등학생이 2014년 기준 최저시급 5210원 받고 주 5일, 8시간 근무를 해도 100만320원이다. 9년을 일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손상희 홈플노조 울산본부장은 “홈플러스는 7.5, 6.5, 5.5시간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월임금은 최저임금으로 8시간 근무한 사람보다 낮다”고 말했다. 손씨는 “홈플러스는 매출이 비슷한 다른 마트보다 근무자 수가 적어 노동강도가 높은데도 직원을 더 뽑지 않고 바쁠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게 하고 손님이 적은 날에는 조기퇴근을 시키는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명절처럼 일이 많을때는 연장 수당도 없이 연장근무를 시켜 심할 경우 출근해서 연속 30시간 이상 근무하기도 했다.

2007년에서 2012년까지 영업이익이 73.8%, 매출이 54.5% 성장할 동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시급은 18.1% 인상되었을 뿐이며 물가상승률 대비 실질임금 인상률은 동결에 가깝거나 심지어 삭감될 때도 있었다. 홈플러스 임원 4명의 연봉은 100억이다.

고객은 왕이고 우리는 노예란 말인가

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트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감정노동문제는 이미 사회적문제로 떠올랐다.

이은정 사무장은 “우리는 고객에게 뺨 맞고, 무릎 꿇고, 빌면서 일해도 회사는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우리는 보호 받고 싶고 ,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트직원의 처우개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고객이 서비스직 종사자에 대한 인식이 낮고 기업은 고객의 눈치를 보느라 직원을 돌보지 않는다.

처우개선의 난항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지급하자’는 캠페인의 실패가 떠오른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장 80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캠페인을 벌여 대형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놓이기 까지 했지만 “캐셔가 건방지게 앉아서 고객을 응대한다”는 고객 불만이 커지자 슬그머니 의자를 치우거나 의자를 둔 채로 서서 일하고 있다. 계산대 직원들은 노동계와 정부부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자 캠페인’이 실패한 이유는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홈플러스 비정규직 박나경씨(28, 2년차)는 “회사는 고객의 컴플레인(불평)을 무조건 수용하고 직원에서 무조건적인 친절만 요구한다. 한번은 물건을 계산하지 않은 고객님께 ‘계산하고 나가셔야 해요’라고 했다고 고객이 ‘계산할려고 했는데 깜박한걸 가지고 그렇게 크게 말하면 내가 도둑처럼 보이지 않냐’며 화를 내서 부점장과 함께 사과를 해야했다” 박씨는 계산대에서 나이가 가장 어리다. 박씨가 어린걸 보고 말을 놓는 손님도 많다. “전 직장에서 일을 하는거고 밖에 나가면 나도 성인이고 사회인이다.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는 언쟁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리는 마트직원이예요 아니예요?

홈플러스 직원은 자신이 마트직원인지 아닌지 헷갈리 때가 많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다른 회사를 다니는 거 같이 차이가 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비조합원 L씨는 “마트직원이면 그 만큼 대우를 해주고 마트직원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부려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입사한지 5년이 된 L씨는 홈플러스에 입사해 사내연애를 하고 있다. “결혼이 망설여진다. (예비)신랑은 정규직 한번 돼보려고 쉬는 날도 나와 일하고 대리가 해야 할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신랑이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두 사람 월급으로 집도 살 수 없다. 조만간 이직을 하거나 차라리 마트를 그만두고 카페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일해야 하나 싶다.”

부산에서 일하는 홈플러스 정규직 김수경(52,입사 4년차, 노조 미가입)씨는 “오전 시간에 집안일을 할 수 있어 마트 근무를 하지만 점점 쉬는 날이 많고 근무시간이 짧아져 생활비에 보탬이 안된다. 교통비와 식비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집에서 쉬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두달 전 일반 계산대에서 셀프 계산대로 자리를 옮겼다.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해 교육만 한 달 꼬박을 받고 쉬는 날도 나가서 연습을 했다. 김씨는 “늦은 나이에 새로운 걸 배우는 것도 힘들었고 셀프 계산대 이용고객 목표치를 정해줘서 스트레스가 심하다 탈모도 생겼다”고 밝혔다. 상사는 쉬는 날도 반납하고 배우는 김씨에게 욕설도 퍼부었다. 셀프 계산대는 소량 구매 고객 편의를 위해 만들었지만 회사에선 바쁠 때 계산대 직원을 늘이는 대신 셀프 계산대 이용을 늘일 요량이다.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 이용을 권장하는 것처럼 셀프 계산대를 장기적으로 늘여 직원 수를 줄일 계획이다. 마트는 김씨에게 하루에 반드시 고객 1000명 이상이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게 하도록 시켰다.

홈플러스, 한국사회의 한 조각

홈플러스 노조 출범을 시작으로 유통업계에 작게나마 변화가 일길 바란다. 홈플러스만 나쁜 놈이고 다른 마트는 법을 잘 지키고 직원 대우를 잘하냐면 그런 아니다. 어느 마트를 가도 정직원은 식권을 주고 비정규직은 밥을 사먹는다. 그래놓고 일은 더 많이 시킨다. 소비자도 마트직원에 대한 인식을 바궈야 한다. 대형마트 한 점포에 일하는 직원이 500명 정도라면 그 가운데 정규직은 100명 남짓이다. 200명은 마트 비정규직, 200명은 협력업체 고용 비정규직이다. 마트는 서비스교육시간에 강요한다. “여러분 개인이 마트의 얼굴이고 사장입니다.” 그리고 마트의 이미지를 위해 서비스를 강요한다. 무상으로.

당신은 마트에서 찾는 물건이 없을 때 누구에게 묻습니까? 아마도 사다리위에 올라가 물건을 내리는 남자알바나, 만두를 굽는 판촉직원, 과자를 진열하는 아줌마 직원일 것이다. 이 가운데 누가 마트 직원일까? 아무도 아니다. 자기 일도 많아서 밥도 못 먹는 직원이 불친절했다고 불평할게 아니라 이 마트는 왜 정직원을 많이 두지 않았냐고 건의해야 할 일이다.

마트는 불법적인 고용형태로 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창고일 뿐이다. 마트가 베푸는 할인행사, 쿠폰, 사은품은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내는 것이고 이 값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제품가로 돌아온다. 심지어 계산대에서 계산을 잘못하면 상품권을 내주는 시스템도 마트가 아니라 캐셔가 상품권을 사서 줘야한다. 십원 하나 쓰지않고 남의 직원을 부리고, 내 직원에게 400원 주기를 아까워하는 대형마트가 얼마나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