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학

[스크랩]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참된 2014. 1. 25. 09:16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우울한 세상을 향해 내 젊음은 용솟음쳤고,
얼마지 않아,
집회장을 벗어나 투쟁 조끼를 가방에 쑤셔 넣듯이...
뿔뿔이 그 뒷모습도 보이지 않고 사라졌다.
텅빈 거리에는 낙엽처럼 유인물만 날려 다녔다.

 

20년의 세월이 지났고
별수 없는 나도 어느 노동자의 틈에서
하루의 곤궁한 양식을 위해 품을 팔며 살아간다.
한때는 혁명을 꿈꿨지만
일상의 벗어난 변혁은 그 어디에도 없었고,

일하는 사람들의 발바닥 밑에서
밟히고 밟혀, 도저히 어쩌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여린 새순을 발견하고, 그저 여느 일상의 모습인냥 바라보며
그 여린 손들을 잡고 살아왔다.

세상은 여전히 짓은 회색빛이고,
우울한 음악은 거리의 배경음악처럼 깔리고
농약을 마시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메신저에 남겨진 문자, 배고파서 못살겠다!

겨울 거리는 물대포로 도로가 얼어붙는다.

나는 여전히 끌려간 벗들의 석방을 기다리며
여전히 가족들은 경찰서 담벼락 밑에서
교도소 높은 담장을 바라보며 서성이고
우울한 하늘은 한 바탕 눈이라도 뿌려주려나,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오지 않았으나,
가난한 벗들이 온 몸으로 빗어내는 세상이
벗들과 이웃으로 남아 있는 것이 어쩌면

그날의 참 모습처럼 보인다.

 

 

출처 : 늙은 노동자의 노래
글쓴이 : 조선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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