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축제’에 초대된 500여 추모객, 정광훈 의장 1주기 추모
ⓒ민중의소리
민중의 벗 정광훈의장 1주기 추모제가 13일 오후 2시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렸다. 문경식 정광훈의장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장이 향을 피우고 있다.
‘혁명의 축제’에 초대된 500여 추모객, 정광훈 의장 1주기 추모
정광훈 의장 1주기 추모제…추모문집 헌정·추모문화제 열어
김주형 기자 kjh@vop.co.kr 민중의 소리
입력 2012-05-14 07:56:49 수정 2012-05-14 08:47:42
지난해 5.18민중항쟁 31주년을 앞두고 숨진 고 정광훈 의장 1주기 추모제가 열려 전국에서 모여든 500여명의 추모객들이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혁명의 축제'를 만들었다.
'민중의 벗, 정광훈 의장 기념사업회'(문경식, 박석운, 이광석 공동위원장)는 13일 오후 2시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정광훈 의장 묘소에서 1주기 추모제와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1주기 추모제에는 전국에서 500여명의 추모객들이 몰려 묘역 전체를 둘러쌌다.
유족들의 참배부터 시작된 추모제에서는 문경식·박석운·이광석 공동위원장의 참배, 정광훈 의장이 남긴 글을 엮은 추모문집 헌정, 헌화, 추모문화제 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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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정광훈 의장께 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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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식, 박석운, 이광석 공동준비위원장이 정광훈 의장의 생전 글들을 모아 만든 추모문집을 헌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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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추모객이 어린 아이와 함께 정광훈 의장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묘역 아래 마련한 무대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는 정광훈 의장을 기리는 추모사와 김경일 시인의 추모시, 광주지역 문예일꾼, 해남사랑청년회의 추모곡, 민족춤패 출의 추모공연 등이 열렸다.
문경식 공동위원장은 가장 먼저 나선 추모사에서 "의장님의 빈자리가 이렇게 크고 허전할 줄 몰랐습니다"라며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단순명료하게 가장 대중적으로 정리해 주시던 당신의 그 시원함이 너무도 그리운 때"라고 고백했다.
이어 "진보진영이 온통 상처투성이로 만신창이가 되고 국민들로부터 뼈아픈 질책과 비난을 온몸으로 받고 있습니다"라며 "의장님께서 생전에 정해주신 혁명의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내부의 진통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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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훈 의장 1주기 추모제를 마치고 묘역 바로 아래 마련한 무대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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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문화제에 앞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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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정광훈 의장과 끈끈한 동지적 연대를 해온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문경식 준비위원장, 강기갑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광석 전농 의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박점옥 전여농 회장도 이날 추모사를 하며 정광훈 의장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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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춤패 '출'의 추모공연 장면.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은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습니다"라면서도 "이 땅의 진보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멋들어진 축제에서 여러분이 실증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사에는 강기갑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정희성 부위원장 대독), 박점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도 함께 했다.
또 김선동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대표,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를 비롯해 전농, 전여농,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과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고 정광훈 의장의 뜻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한편, '민중의 벗, 정광훈의장 기념사업회'는 추모문화제를 마친 뒤 첫 총회를 열고 사업계획 등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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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참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는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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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렬 상임고문의 선창에 따라 정광훈 의장이 생전 외쳤던 "Down Down WTO! Down Down FTA! Down Down USA!"를 외치고 있는 추모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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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추모객이 추모문화제를 지켜보다 참지 못하고 오열하며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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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훈 의장의 부인 최혜옥 여사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오히려 밝은 얼굴로 추모객을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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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와 추모문화제를 모두 마치고 전국에서 몰려든 500여명의 추모객들이 술과 음식을 나누고 있다.
정광훈 의장 1주기 추모시
다시 받은 혁명의 축제 초대장
-길 위의 농사꾼 고 정광훈 님을 기리며
김경일(시인)
이 땅에 오월입니다.
참된 것들이 모두 제 자리를 잃고
눈 먼 욕망과 어리석음들만 가득한
살아남은 자들이 부끄러운 날들입니다.
먹먹한 밤 길 같은 이 오월에 바삐 서둘러 가신
큰 어르신의 빈자리가 너무나 큽니다.
늘 서 계시던 그 자리가
세상의 중심, 꼭지점이 되던 님이시여.
이 땅 위 종횡무진,
거미가 거미줄을 치듯 거침없는 열정으로
수 천, 수 만리 길 종종걸음 마다하지 않던 님이시여.
무우 잎 같이 여린 이웃들의 아픔을 다독이던 성성한 웃음과
절망이 희망이 되던 유쾌한 격려와
우정과, 끝간 데 없던 의리와 동지애가
데일 듯 뜨거운 사랑이 되던 아스팔트 길.
당신이 그토록 애써
기어이 내고자 했던 민주와 자주와 통일의 길
그예 하늘까지 닿아버린 그 검은 길 위에
오늘 비라도 뿌려 주십시오.
세상의 못난 짓 모두 씻어 버리라고
멋진 혁명의 초대장을 보내 주십시오.
걸죽한 웃음을 꽃처럼 달고 살았던
'민중의 벗'
'영원한 청년 혁명가'여
홀로 잘난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멋진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신 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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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시인이 정광훈 의장을 기리는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김경일 시인은 광주생명의숲 사무처장, 무등상풍경소리 실무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시집으로 등이 있다.
다시 오월,
더는 물러 설 곳 없는 막장입니다.
고장 난 농기계를 손보던 다정한 드라이버로
꼭 꼭 찝어 돌려주십시오.
이 못난, 세상의 귀먹고 눈 먼 사람들을
당신이 꿈꾸던 더불어 행복한 두레 세상,
혁명의 축제장으로 초대해 주십시오.
‘꿈이 큰 사람에게는 행복이 맨 나중에 온다’던
당신의 크나큰 사랑의 말씀 귀하게 듣게 해주십시오.
책상 위에 금을 치는 먹물들의 길 말고
가난한 이들이 모두 함께 가는
사람냄새 나는, 사람의 길을 일러 주십시오.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들 같지만,
상관없는 사람들과 함께 투쟁하는 것이
세상을 바꿀 참된 연대, 혁명의 연대임을 다시 깨닫게 해주십시오.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은
더불어 함께 꿈꿔야 이룰 수 있다던 님이시여.
소탐대실, 어리석게 흩어지지 말고
뭉쳐야 한다고, 뭉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던
당신의 큰 혜안
그 귀한 말씀 새겨듣는
다시 오월입니다.
힘없는 이 땅 무지렁이 민중들
농민의 권익과 노동자와 약자의 인권을 위해서
평생의 피와 땀
애와 쓸게도 다 내놓고도 환하게 웃던 님이여
"워메 조아부러, 큰 아그들이 모다 나와서 촛불을 들고,
야~ 노래 부르며 춤추는디... 이제 아그들이 나섰단 말시."
"이거 뺏기지 않고 혁명의 축제를 쭉 계속해야 쓰겄네"
그 아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시던 이여.
순하디 순한 해남 물감자
선한 자의 큰 분노 질기게 보여주신 님이시여.
농사 지을 한 평 농토 없이
아스팔트 농사꾼으로 평생 길 위에 서 계시다
그 길 위에서
다 함께 춤추자 노래하자
오늘도 일러주시는 그리운 님이시여.
지금도 수 천 수 만 민중의 가슴 속에서 새로운
민주의 길, 통일의 길, 자주 평화의 길
희망과 혁명의 길로 부활하는 님이시여.
밟히고 또 밟혀도
기어이 일어서고야 마는 민중들의 길 위에서
혁명의 축제로 오시라 초대장을 쓰시는 님이시여.
아, 큰 어른이시여.
참 큰 어른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