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쌍용차 토론회, 대정부·거점 투쟁 논쟁(2009.8.21)

참된 2009. 9. 11. 15:51

쌍용차 토론회, 대정부·거점 투쟁 논쟁

거점 투쟁, 정리해고 문제만 남겼다 VS 사회적 쟁점 만들었다

김용욱 기자 batblue@jinbo.net / 2009년08월21일 10시53분   참세상

 

 

77일간의 공장 옥쇄 파업. 쌍용차 노동자들의 사활을 건 투쟁은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77일간의 투쟁이었으니 쟁점도 논란도 많았다. 생사의 기로에서 전략과 전술을 둘러싼 입장 차이도 많았다. 당시 판단과 실행 속에 잠자고 있던 입장의 차이는 평가의 시간에 다시 살아났다. 구사대의 상시적 폭력과 특공대까지 앞세운 사상 초유의 물리력 앞에 77일간 싸운 협상결과는 좋지 않았기에 보수언론은 백기 투항이라 평가했다. 그렇다면 결과를 놓고 노동, 진보진영은 어떤 평가를 할까?
 
파업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난 시점, 쌍용차 투쟁에 대한 평가 토론회가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주최로 20일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전술에 대한 평가가 쟁점을 만들었다. 주 발제를 맡은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투쟁전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적이었다. 반면 토론자들은 성과에 대해서는 공유하면서도 이종탁 부소장의 전술 평가에 대해 날 선 반박을 던졌다. 이종탁 부소장은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에서 정책을 맡기도 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입장은 연구소와 자신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종탁, "거점투쟁이 정리해고 문제만 남게 했다"
 
이종탁 부소장은 한계에 앞서 쌍용차 투쟁과정에서 나타난 쟁점부터 소개했다. 이 부소장은 "쌍용차를 회생시킬 수 있느냐 회생해야 하느냐의 쟁점이 있었다"면서 "정리해고 등 여타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진영이 여론의 호응을 끌어냈으나 회생 문제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유보적 태도와 연관되면서 썩 높은 여론의 호응을 받지는 못했고 시작부터 끝까지 이 문제는 남았다. 이 문제는 계속 쟁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가 운동주체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남는 쟁점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투쟁이 총노동과 총자본의 대리전이었거나 구조조정의 전초전이었다는 평가의 지점에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탁 부소장은 "대립과 경제위기 전가의 의도는 표현됐다고 보지만 냉정하게 사회적 차원으로 보면 이미 구조조정은 은행, 건설, 조선, 대기업, 그룹,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정부에 의해 이 문제와 별개로 진행됐고 쌍용차 문제는 그 문제와 약간 궤를 달리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속이나 쌍용차 지부에서 '함께 살자'는 제기에 논란이 있었고 지금도 이 문제가 산뜻하게 동의 안 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 부소장은 "함께의 주체와 대상의 범위가 어디냐가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소장은 평택공장을 중심으로 한 파업의 양태나 연대체 형성과정에서도 쟁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단위 사업장 투쟁으로 총노동의 대자본 전선 형성 순진한 발상”
 
이런 쟁점 속에서 이 부소장은 이번 투쟁의 한계를 비판했다. 이 부소장은 "지부자체에서는 평택거점을 선택했지만 금속이나 민주노총의 연대단위 대응은 공장파업 점거돌입부터 대정부 사회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자기주도력이나 주체적 대응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공장을 에워싸자 모든 게 거기에 집중되는 상황이 됐고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회생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정리해고 대상자 처리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쌍용차 지부가 자기 투쟁을 전개하면서도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쌍용차 지부의 투쟁 자체를 현 시기 총노동과 총자본이 격돌하는 축소판으로 규정하고, 쌍용차지부에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으로 부터 이명박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파탄내고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소장은 발제문에서 “한 사업장에 대한 투쟁과 그것에 대한 연대를 통해 자본과 정권에 맞서는 총노동의 대자본 전선을 형성하려는 발상은 매우 순진하다”고 표현했다. 특정 사업장의 투쟁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전선이 대자본, 대정부 전선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그 사안을 규정하는 보편적 일반적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별도의 과정이 있어야 하며 그것 없는 개별 사업장 연대는 해당 투쟁의 지원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부소장은 이런 측면에서 고용유지를 넘는 '함께 살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이 부소장은 "쌍용차 지부를 중심으로 하는 투쟁대오는 강고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기했던 초기 모습을 점점 사라지고 정리해고의 처리문제로 점점 좁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면서 자본의 고통전가를 무력화하는 일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면 무급휴직을 전격적으로 요구하면서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사회안전망을 재구축하는 투쟁을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부소장은 '함께 살자'가 슬로건으로 제시되기는 했지만 노조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부소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로 당하는 삶의 고통과 나락에서 고용유지는 가장 중요한 문제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되는 순간 쌍차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으로 읽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운동이 단순히 해고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문제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비정규직등 계층적인 부분을 어떻게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이 끌어안고 갈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한계로 이종탁 부소장이 지적한 것은 거점투쟁이었다. 이 부소장은 발제문을 통해 "쌍용차 지부가 투쟁의 거점을 평택으로 한정하고 옥쇄파업을 선택하면서 대정부 사회투쟁의 동력을 급격하게 떨어졌다"면서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이데올로기 투쟁과 정책제시, 사회적 여론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옥쇄보다는 거리와 지역을 더 중시하는 전술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거점을 만드는 것을 필요한 일이었지만 최소한 평택과 서울을 넘나들 수 있었어야 했으며 사회적 상징공간을 거점화 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들 대자본·거점 투쟁 평가 반박
 
이런 이종탁 부소장의 평가를 두고 투쟁 전술을 둘러싼 쟁점이 형성됐다.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은 “함께 살기에 여러 가지 측면이 있었지만 그런 개념을 이해한 상태에서 지도하지 못했다”면서 “금속노조가 쌍용차를 주도적으로 지휘 하지 못했고, 완성차들을 이 투쟁에 붙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공계진 원장은 “쌍용의 문제를 국민의 문제로 가지 못했고 슬로건을 제대로 기획하고 집행하지 못했다”면서 “쌍차 문제가 국민전체의 문제가 아닌 쌍차 노동자의 고용문제로만 국한됐다. 막판에 몇이 잘리느냐의 문제가 됐고 그래서 국민의 개입이 어렵고 경제 전체문제나 자동차 산업 전체 문제로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옥쇄파업을 두고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금속노조가 함께 살기라는 관점에서 이 부분을 잘 운영했어야 했다”며 “금속노조는 이 투쟁이 쌍용에 갇히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 시내를 시끄럽게 하고 정부가 공적자금이나 이런 부분에 적극적인 생각을 하도록 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 원장은 또 “96-97년 총파업은 상당기간 예견하고 준비해서 가능했으나 이번 쌍용차 정리해고 구조조정은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충분히 준비하면서 완성차들 교육 등을 못했다. 대공장의 경제주의, 실리주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한다. 품앗이 투쟁조차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파업은 끝났지만 투쟁은 안 끝났다”면서 “매각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제기해야한다”고 말했다. 공계진 원장은 산별노조의 방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이전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 때는 자동차 4사 공대위가 달라붙어 투쟁했다. 그때는 기업단위 연맹이었고 지금은 15만 산별인데도 연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바라봐야한다. 임금이나 고용에만 개입하는 산별노조로는 여러 가지 문제 대응이 어려다. 산별노조의 지향점을 세상을 바꾸는 산별로 분명히 하고 단순한 고용과 임금 문제 개입이 아니라 사회에 개입해가는 그런 운동으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의엽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해고는 살인이다’와 ‘함께 살자’는 구호는 주효했다. 무급휴직까지 받아들이면서도 정리해고가 아닌 함께 살기를 외쳤던 요구를 전사회적으로 만들고 근원적인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산별노조답게 강화되어야 하지 이번 투쟁의 한계로 산별을 부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도 “공장점거는 공황시기 불가피하고 유일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일부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은 이종탁 부소장의 평가지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일부 부소장은 “산업정책에 대한 대응 투쟁과 단사의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분리하고 운동방식을 바구자거나 옥쇄파업 거점 평가를 하셨는데 평가의 방향이 이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나 산업정책적 개입과 정리해고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 부소장은 또 “단사문제를 전체 대정부 투쟁으로 가려는게 순진하다하시는데 대정부 투쟁 전선을 만들어도 어떤 동력으로 만들겠느냐. 결국 쌍용차 조합원의 동력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전체전선은 현장 동력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안 된건 그만큼 힘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탁 부소장의 투쟁 거점 평가에 대해서도 정 부소장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정 부소장은 “공황이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자기 근거를 잡지 않고 서울 어디 다른 곳을 잡았다면 쌍용차가 얼마나 버텼겠느냐”며 반문하고 “그랬으면 정권에서 치거나 명분이 더 좋았을 것이고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근거지는 자기현장이 맞다. 국민도 자기공장 점거에 대한 상식적 판단이 있었다. 현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다. 여기서 더 나가야하는데 못 나간 것이 문제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대자동차나 어디든 큰 공장에서 잔업거부라도 했으면 정권이 ‘같이 움직이는 구나’ 하는 것이 보이고 전선확대의 조짐이 보였으면 미동도 않는 행태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반성할 지점은 전술적인 잔업거부도 못한 데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소장은 산별회의론을 경계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금속노조가 이렇게 된 건 대공장들이 산별적인 행동을 서로 간에 해 본적이 없는 상황에서 물리력으로 치고 오는데 대응을 못했다. 산별을 제대로 안 해서 문제라고 평가하는데서 전략적 반성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남 다함께 노동조합팀장도 이종탁 부소장의 평가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종남 팀장은 “단사의 공장점거 파업과 여기 투영된 구조조정 투쟁을 분리해서 보고 단사 점거파업을 폄하하는 평가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사투쟁으로 시작됐지만 특정조건에서 이런 투쟁 벌어지면서 구조조정 자체가 정책비판의 도마에 올랐다”면서 “보수든 진보든 단지 쌍용차 특정 공장의 몇몇 노동자의 해고 문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종남 팀장은 또 “이 점에서 단사의 투쟁이 사회적으로 쟁점이 확대되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기지점도 이해가 어렵다”면서 “발전이나 이랜드 투쟁을 보아도 단사의 투쟁이 전사회적이 투쟁이 됐다. 고용안정 투쟁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투쟁은 별개의 문제가 아닌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