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학

전국노동자문학회, 문예잡지 창간호 내놔(2001.3.23)

참된 2009. 9. 7. 12:24

전국노동자문학회, 문예잡지 창간호 내놔
2001년 03월 23일 (금) 김훤주 기자 pole@dominilbo.com  경남도민일보 

마창·구로·광주 등 9개 노동자문학회와 <일과 시> 동인이 모여 꾸린 전국노동자문학회 대표자회의가 13년 활동을 결산하고 노동문학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문예 잡지 <노동자 문예 삶글>(도서출판 삶이 보이는 창) 창간호를 내놓았다.

계간 <삶글>은 통합 창간사에서 “88년 이후 자생적으로 진행돼 온 <참글>(마창)·<삶글>(구로)·<길위의 길>(인천)·<글마을 사람들>(부천)·<소금꽃>(광주) 등 각 지역의 활동을 통합 계승하고자 한다”며 “<삶글> 창간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지면이 제공되고 널리 읽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노동자의 삶 속에서 길어올려지는 글들이 여전히 소홀히 취급되는 현실을 새롭게 바꿔보려는 시도”라며 “지난 시절의 노동문학 개념에 스스로를 얽어매지 않고 계급적 관점을 중시하되 문호는 개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삶글>은 창간호 ‘기획’에서 △디지털 글쓰기 공간 △리얼리즘의 후퇴 △미당 서정주 시인 비평 △김남주 다시 읽기 등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문학평론가 조정환씨는 자신의 글 ‘사이버 공간의 확장과 글쓰기 양식의 이행’을 통해 “기존 작가들의 권위는 보수적 경향을 띤 채 자본의 축적에만 복무하는 반면, 디지털 글쓰기 공간은 ‘작가-독자의 경직된 이분법 대신 화자-청자의 관계를 도입함으로써 상호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권위와 소유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새로운 표현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리얼리즘의 후퇴를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최동호 고려대 교수의 글에 이어 시인 신동호씨는 지난 연말 숨을 거둔 서정주 시인에 대해 쓰고 있다.

신씨에 따르면 서정주는 “꽤 빼어난 아티스트였지만 결격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같은 친일을 했던 화가 운보 김기창과 견주더라도 운보는 해방 이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자기의 작품 세계를 끊임없이 새롭게 열어나간 반면, 미당은 특정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노년을 보냈다는 것이다.

신씨는 미당에 대해 “지사라 하기엔 지조가 없었으며, 아티스트라 하기엔 몸부림과 새로움이 없었다”고 평하면서 “습작 시절 애증의 대상이었던 미당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는 말로 마무리지었다.

이밖에 마창노동자문학회 김소 회원의 시 ‘먼 산’ 등 노동현장의 숨결이 담긴 시와 소설·산문들이 다수 실려 있고, 창원에서 전남 순천으로 터전을 옮긴 ‘노가다’ 시인 김해화씨의 시집 <누워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에 대한 서평 등도 선을 보이고 있다.

<삶글> 편집위원회는 “생산의 주체면서도 소유와 분배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한 매체는 크게 모자라는 게 현실”이라며 “노동문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기도 버거운 상태에서 고민들을 모으고 힘이라도 추슬러 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본보 상임 논설위원을 지낸 소설가 김하경씨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삶글>의 통합 창간호 출판 기념회는 내달 7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02) 869-2583, http://tong.or.kr.

참글, "취지엔 동감...적극 참여 안해"

노동자 전문 문예지 <삶글>의 창간에 대해 마창노동자문학회 ‘참글’(회장 김건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취지에는 동감하나 적극 참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글쓰기를 통해 지역 노동운동에 열심히 참가하면 되지 새로운 잡지를 만들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추가로 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참글은 글쓰기를 취미 생활로 한정지어 여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문 작품 생산에 목을 매는 회원들이 모인 단체는 아니다.

오히려 글쓰기를 통해 지역·현장 활동에 복무하자는 데 중점을 두는 모임이어서, 지난 2월로 종간한 금속산업연맹 경남본부 공동 노보 <들불>이나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의 수기 <다친 것도 억울한데, 뭐 어째·> 등을 발간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전문 문예지가 제공하는 지면에 얽매이지 않고 해마다 내는 자체 작품집이나 노보, 노동·사회단체 기관지 등 다양한 현장 매체들이 참글 회원들의 작품 발표 통로가 돼 왔다.

이에 대해 김우희(32·필명 김소) 조직부장은 “수도권 노동자문학패의 경우 현장 운동과 연관성이 깊지 않아 등단 등 개인적 차원의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높은 것이 마창과 다른 점”이라며 “<삶글> 창간을 수도권에서 주도한 것도 이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이어서 “노동자문학 잡지의 경우 자생성 측면에서 본다면 크게 하나로 가는 것보다는 작게 여럿이 가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대다수 회원들은 왜, 무엇 때문에 글쓰기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을 쌓아가면서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9년 창립, 30여 명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마창노동자문학회 참글은 매주 수요일 저녁 창원시 반송동 반송아파트 ‘참글방’에 모여 품평과 시사토론을 진행하는 한편 글쓰기와 사회과학에 대한 회원 교양을 높이기 위해 특강도 자주 갖고 있다. 문의 (055) 287-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