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경제위기, 벼랑으로 내몰리는 노동자(2009.3.19)

참된 2009. 7. 13. 00:50

경제위기, 벼랑으로 내몰리는 노동자

임금삭감, 고용불안...재벌들은 돈잔치

 

편집국     울산노동뉴스   2009-03-19 오전 7:04:20

 

현대차 감산...임금 줄고, 비정규직 정리해고, 부품업체 직격탄

현대차 감산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줄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309만377원. 잔업, 특근이 없어지면서 30% 가량 임금이 줄어들었다. 물량이 없어서 휴업과 야간조 휴무를 반복했던 현대차 울산 2공장은 더 심각하다. 한달 특근을 네 개 이상씩 하던 노동자들은 150만원 이상 임금이 줄었다. 아이들 학원부터 끊고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고용불안이다.

 

 

 

▲ 현대차 1공장 식당 입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중식투쟁. '비정규직 우선해고 중단! 비정규직 정규직 동일적용!'이라는 요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임태미 기자)

 

 

 

같은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0+10(주간 10시간, 야간 10시간)에 특근 2개가 기본이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8+8에 휴업이 반복되면서 임금이 많이 줄었다. 지난해 10월 177만377원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 1월 121만5037원으로 줄어들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2공장 에쿠스 단종으로 115명이 정리해고된 뒤 CKD(현지조립생산) 두 개 업체 폐업으로 120명, 변속기3부 희망퇴직 33명 등 355명이 정리해고됐다. 지회는 앞으로도 522명이 더 정리해고될 것으로 추산했다.

 

부품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차 직서열인 한라공조사내하청업체는 한 차례 휴업했다가 이달 초부터 하루 8시간 폴리텍 교육을 받고 있다. 세종공업은 지난달 5~6차에 걸쳐 스무 명씩 교육을 실시했고, 한국프렌지도 잔업과 특근이 없어졌다. 덕양산업은 18명이 두 달 동안 교육을 받고 있고, 한일이화도 매일 20명씩 돌아가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일이화 노동자들은 한달 40~50만원, 평균 30~40% 임금이 줄었다.



휴업, 가동중단, 임금 저하...구조조정 앞에 선 화섬 노동자들

클라리언트피그먼트코리아는 지난달 22일부터 3월2일까지 휴업을 한 데 이어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다시 휴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아시아지역 250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사무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자들은 야간수당이 없어지면서 임금이 크게 줄었다.

 

화섬노조울산지부에 따르면 헥시온도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휴업하고 4월에 2공장 가동을 중지할 예정이다. 헥시온 사측은 신기술 도입으로 18개월동안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며 인원정리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헥시온은 본사에서 전체 직원의 10%를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했고, 사무직 3명이 정리해고됐다.

 

지난 1월10일부터 2월초까지 휴업했던 MDK는 3월2일부터 4월4일까지 한달 동안 또 다시 휴업 중이다. 보광도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3주에 걸쳐 휴업을 단행했고, 오는 4월 다시 휴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노동자들은 잇따른 휴업으로 임금의 70%밖에 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KCC는 그동안 100%씩 지급해오던 연말성과금을 70%만 지급하겠다고 회사가 일방 통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화섬노조 NCC지회가 회사와 임금동결 노사화합 선언식을 열어 논란이 됐다.



물량감소, 운송료 인하...화물노동자 "차량 할부금도 못갚을 판"

화물노동자들은 경제위기로 물량이 줄고 운송량도 따라 줄면서 화주사들의 운송료 삭감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물연대울산지부에 소속된 화물노동자들은 그나마 운송료 인하에 맞선 투쟁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평균 13% 정도 운송료가 깎였다.

 

화물연대울산지부는 (주)한주 5%, 금호석유 내 수지공장 4% 운송료 삭감에 합의했다. 카캐리어지회도 16일부터 운송료 7% 인하를 통보받은 상태고, (주)MS도 1회당 3200원이 삭감됐다. 라파즈코리아는 올해 초부터 운송료가 8% 삭감됐다.

 

화물연대울산지부는 "경기침체로 물동량 감소에 운송료 인하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총파업으로 이룬 15~30%의 운송료 인상이 다 깎였다"며 "이번 달을 정점으로 차량 할부금을 못갚는 차량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아니지만...', 불안한 조선 노동자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경기침체에 대해 "아직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걱정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노동자는 "올해 초부터 잔업, 특근이 사라지면서 60만원 정도 임금이 줄었고, 물가가 많이 올라 시장 가기가 두려울 정도"라며 "이런 판국에 노조 위원장이 임금요구안을 위임해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1만8000여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사내하청노동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이승렬 사무국장은 "올해 초 건설장비사업부에서 일하던 사내하청노동자 250명이 전원 해고됐다"면서 "하청노동자들은 이미 일상적으로 나가라면 나가야 되는 처지였는데 경제위기 상황에서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진중공업도 지난 1월부터 회사에서 특근을 20시간으로 제한해 임금이 20~30만원 줄었다.



노동자 임금삭감, 재벌들은 돈잔치

노동자들이 임금삭감과 고용불안 등 경제위기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동안 기업들은 올 3월 주주총회를 잇따라 열고 주식배당으로 대규모 돈잔치를 벌였다.

지난해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매출과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66만8745대(내수 57만116대, 수출 109만8629대)를 판매해 32조189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조44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9조9570억원에 2조2566억원의 단기순이익을 내 지난 13일 주주총회에서 2997억원을 현금배당했다. 현대미포조선의 2008년 매출은 3조8047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5191억원이었다. SK에너지는 45조7373억원의 매출에 1조89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삼성전자 또한 사상 처음 매출 100조원을 돌파, 118조3800억원 매출에 5조7000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100억원 이상 현금배당을 받은 그룹 임원들은 모두 7명. 이들이 받은 현금배당 총액은 1375억원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410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71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 180억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148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 136억원, 정몽진 KCC그룹 회장 112억원,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100억원을 배당받았다.

 

자본과 정권은 올해 들어 대졸 신입사원 초임 삭감과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켜왔다. 그 와중에 대기업들이 거둔 사상 최대 흑자를 경제위기에 대비해 재투자하지 않고 주식배당으로 재벌들 호주머니를 채운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높다.

 

편집국 / 2009-03-19 오전 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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