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노래
[문화활동가를만나다](3) - 김성만의 '어깨를 걸고' 2집 음반
참된
2009. 7. 2. 21:09
![]() |
악다구니 쓰며 비정규철폐를 노래한다
[문화활동가를만나다](3) - 김성만의 '어깨를 걸고' 2집 음반
오도엽 기자 odol@jinbo.net 참세상 2006년07월28일 12시13분
나의 손 높이 솟구쳐
차별철폐를 외친다
쓰러진 또 하나의 동지를 보듬어 안고
한걸음 다시 한걸음
철폐연대에 발맞춰
굳세게 더 강하게 당차게 나선다
가자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단결 투쟁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꼭 찾아오리라
비정규직 철폐 연대가

‘비정규직 철폐연대가’다. 작년과 올해, 노동자 집회 현장에서 이 곡을 3번 이상을 불러야 집회가 끝난다. 들어도 들어도 노동자에게는 질리지 않는 노래다. 불러도 불러도 다시 부르고 싶은 노동자의 노래다.
![]() |
노동자들이 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 날, 흘러간 추억의 노래로 기억에 새겨질 그날을 꿈꾸는 가수가 있다. 김 성 만.
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 날
그를 만나고 싶으면 따로 그의 일정표를 찾아보거나 연락을 할 필요가 없다. 비정규법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가 된다는 소식이 있는 날이면 국회 앞으로 가면 된다. 비정규노동자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자리에 가면 된다. 고공농성 중인 타워크레인에 가면 된다.
비가 오는 날이면 공장 앞 천막농성장에 가면 된다. 비 젖은 투쟁조끼를 벗어둔 채 파전을 뒤집는 노동자의 곁에 그가 앉아있다.
가수인 그의 목은 맑은 날이 별로 없다. 그가 노래를 부르는 공연장은 음향도 앰프도 엉망이다. 조명이 있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때론 마이크가 고장이나 나오지 않는 날도 있다. ‘불패의 전사’ 김성만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에게 무대는 투쟁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공장에서 쫓겨났듯이 그도 조명발 받는 무대에서 버림받았는지 모른다. 아니 스스로 선택이다. ‘쓰러진 또 하나의 동지를’ 가수 김성만은 ‘보듬어 안고’ 노래를 부른다.
쓰러진 동지를 보듬고
김성만이 쓴 ‘비정규 철폐연대가’를 부른 가수 류금신은 음반 녹음을 하면서 ‘쓰러진 또 하나의 동지를 보듬어 안고’ 구절을 부르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왜 울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락도 노동자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았지만, 가사도 가슴 가슴에 쏙쏙 다가온다. 투쟁하는 노동자라면 한 번 들으면 귀에 금방 익숙해지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노래가 만들어지고 지민주, 연영석, 류금신 등 가수들과 노동자들에게 기타를 치며 들려주었다. 모두들 ‘우와, 우리의 노래가 나왔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가수 김성만은 서글퍼졌다. “투쟁가를 써야하는 시대가 너무 미웠고, 악다구니를 쓰며 노래를 불러야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악다구니 쓰며 노래하다
“글, 곡하며 내 이름이 적혀있지만 내가 쓴 것은 없어. ‘경기보조원’의 노래는 한원CC 노동자들이 구사대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쓴 거지. 학습지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절로 써진 거지. 천막농성장에서 밤을 새며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거야. 천막이 구사대에 찢겨지는 소리가 내 곡이 된 거야.”
현장의 목소리를 한 곡, 한 곡 담아간 것이 음반 ‘어깨를 걸고’를 만들었고, 노동자들의 김성만 노래 사랑이 ‘어깨를 걸고 2’를 세상에 나오게 했다. 그의 음반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래이고,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래다.
김성만을 알게 된 것은 노래보다 글이다. 어느 해 여름 만리포에서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쓴 글을 만났다. 파도가 내 가슴에서 쳤고, 갯바위에 부딪쳐 바닷물이 뚝뚝 내 눈에 흐르게 한 글이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악기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만나게 된 과정을, 산업재해를 당한 이야기를,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노래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
“산업재해를 당해 보상금을 받았지. 그 돈으로 기타를 사서 기타를 배웠어. 당시 대학가에서 흘러나온 민중가요 테이프를 들으며 익혔어. 오토바이에 기타를 실고 투쟁현장을 돌아다니며, 함께 노래도 부르고, 노래도 가르쳐주고 했지. 그렇게 가수가 되었어.”
80년 중후반에 만난 노동운동의 습관이 그의 몸에 아직 고스란히 흐르고 있다. “연대는 누가 부르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거야”라고 한다. 이제는 그를 초청하는 노동현장이 많지만, 그의 발걸음은 초청을 떠나 스스로 투쟁현장을 찾아다닌다. 왜 찾아다니느냐는 물음에 ‘습관’이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나는 잘하는 게 없어. 뭐든지 오래하다 보면 역량이 늘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해. 노동운동도 마찬가지야. 조직하는 것도 교육하는 것도 안 되거든. 그 나마 내가 기쁘게 하는 게 노래 부르는 거야. 지금이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일 거야. 비정규노동자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이 순간이 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야.”
심오하게 공부하며 예술성을 높이는 일은 능력이 ‘부족한’ 그에게는 무리라고 한다. 현장에서 노래를 찾고, 독특한 구호를 외치면 적어두고, 싸우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그리는 게 그의 창작 작업이다. “내 노래의 완성도는 어차피 투쟁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아.”
예술성...현장에서 완성도를 높인다
‘어깨의 걸고’ 1집의 수익금의 일부를 투쟁사업장에 전달한 이야기는 쓰지 말자고 한다. “음반이 노동자의 것이기에 돌려준 것뿐인데, 이게 가끔 오해를 사기도 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기륭전자 노동자의 주홍빛 투쟁조끼를 그가 사줬다는 이야기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그가 좋아하는 그의 노래 ‘불패의 전사들’로 김성만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 |
피맺힌 해방의 전사 포탄의 불바람 속에
가슴을 열어 민주노조 깃발을 든다
저 높은 철탑위에서
혹한의 바람이 와도
우리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가슴을 열어 민주노조 깃발을 든다
저 높은 철탑위에서
혹한의 바람이 와도
우리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살아도 또 살아도 아아 노동해방
죽어도 또 죽어도 넋이라도 울부짖는다
또다시 또다시 총파업이여
또다시 또다시 불패의 노래를
죽어도 또 죽어도 넋이라도 울부짖는다
또다시 또다시 총파업이여
또다시 또다시 불패의 노래를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우리의 투쟁으로
한걸음 한걸음 해방의 그날을 간다
피에 터진 작업복으로
동지의 어깨를 걸고
이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한걸음 한걸음 해방의 그날을 간다
피에 터진 작업복으로
동지의 어깨를 걸고
이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살아도 또 살아도 아아 노동해방
죽어도 또 죽어도 넋이라도 울부짖는다
또다시 또다시 총파업이여
또다시 또다시 불패의 노래를
죽어도 또 죽어도 넋이라도 울부짖는다
또다시 또다시 총파업이여
또다시 또다시 불패의 노래를
덧붙임
음반문의 : 011-9120-8939
관련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