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정리해고 다시 발표 후 공장침탈한 쌍용차”

참된 2009. 6. 29. 17:58

“정리해고 다시 발표 후 공장침탈한 쌍용차”

[인터뷰]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지부장

 

2009-06-29 14시06분    정재은    미디어충청

 

 

6월 18~19일 양일간 열린 노사 대화 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사측 직원, 용역, 경찰의 공장진입이 시작되었다. 노사 대화 뒤 회사와 또 오고간 얘기나 대화시도는 없었나.

없었다. 사측이 말로만 쌍용차를 회생, 대화시도 한 사실을 드러난 것이다. 그야말로 공장을 망치려고 들어온 사람들 같았다. 사측 관리자들이 원망스럽다.

그럼 일체 대화 시도 없이 회사측에서 공장진입을 시도한 것가.

 
 
 
그렇다. 사측은 앞에서는 노사 신뢰, 상생을 얘기했지만 그들의 일방통행식 주장일 뿐이다. 실제로는 노조 파괴에 여념이 없었다. 단체협약 파괴 등의 행태가 지난 6개월간 지속되었다. 노조가 입수한 관리자 수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측은 이미 파산 시나리오,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대량의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앞에선 대화하자며 회사측 최종안을 노조가 거부해서 생긴 이 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측, 용역이 이틀 만에 철수하고 노조는 파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사측은 최종안까지 냈다고 말한다.

(웃음) 그 최종안이 정리해고 안이다. 바뀐 게 없는데 말로만 최종안이지 내용이 없는 최종안이 무슨 의미가 있냐. 정말 국민을 호도하고 전체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행동이다. 국민을 아주 우습게 아는 비열한 행태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측은 최종안을 던져놓고 3시간도 되지 않아 용역깡패를 동원해 공장을 침탈했다. 이는 노동조합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정리해고 안을 던져놓고, 노조가 최종안을 받지 않고 노동자들이 저항하면 공장 침탈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내포하고 있는 기만책이었다. 노조는 파업을 철회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노조 파업 중에 공장침탈을 한 사측 직원, 용역깡패, 경찰이 철수한 것뿐이다.

공장진입 한 사측이 공장철수를 결정했다.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기자들도 봤겠지만 사측이 동원한 용역깡패들은 전부 무장을 했고, 옥상에도 살인무기를 배치하며 관리자까지 쇠파이프로 중무장했다. 이미 유혈사태가 예견되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회사의 의지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 작용해 철수했다고 보고 있다. 본관에 가보면 알겠지만 악취로 진동한다. 음식을 먹다가 그대로 다 놓고 누군가에 의해 허겁지겁 쫓기듯이 바로 철수했던 그런 흔적들이 곳곳에 남겨져 있다. 법정관리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가 보다 ‘파산’으로 노조를 협박하며 명분을 쌓자는 다른 무엇이 작용했다고 본다. 노사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 쌍용차 전체 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회사가 철수 한 것은 아니다. 노조가 입수한 관리자 수첩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미 검찰까지 쌍용차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

정부의 개입이 있다고 본다면, 경찰병력이 투입될 수 있다고 보는건가?

오늘 금속노조 4시간 파업이 잡혀 있고, 이번 주 내내 민주노총과 함께 움직일 것이다. 1일 총파업, 4일까지 이어지며 전국적인 투쟁전선이 형성되는데, 조기에 노동자들의 투쟁을 진압해야 한다는 경찰의 판단이 섰을 수도 있겠다 싶다. 노조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용역들까지 동원해 사측 직원들은 무장을 하고 공장진입을 했다. 경찰도 한때 공장 진입했다. 이틀간 노동자와 사측, 용역, 경찰간의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지부장으로서 느낀 심경이 남다를 텐데 말해 달라.

노조 조합원들은 여기서 목숨을 걸고 생존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보여준 사측의 태도는 근거도 미약한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를 가지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고, 노조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가진 노동자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정말 가정을 지키기 위한, ‘함께 살자’며 투쟁 하는데 마치 우리가 ‘산 자’의 생존권을 뺏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사측에 붙은 비해고자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공장을 지킨다’는 사측이 담벼락을 일거에 다 무너뜨리는 광경을 볼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회사에 대한 희망, 회생의지들이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조립3, 4팀 라인을 2층까지 초토화시키면서 우리 공장을 공격하는 사측과 용역의 모습을 보고 사측에게 우리 노동자는 뭔가 또 우리 일터는 저들에게 무엇이었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군사 작전을 하듯 아주 당연하게 함께 일했던 동료를 공격하는 사측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용역들은 고도로 훈련된 특수 부대 요원들 같았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노동자 때려잡는데 충성도가 높은 정예화 된 사병 같았다.

과연 사측은 회사를 살릴 의지가 있는가? 노조는 사측은 노동자들과 함께 쌍용차를 회생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한 적이 있다. 그런데 노조의 의심, 판단들이 그대로 맞아 들어가고 있다. 또한 회사가 억지로 쫓겨난 희망퇴직자에 대한 위로금, 퇴직금도 주지 못하면서 용역깡패들을 먹이고, 일당 주는데 수억 원의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 과연 민주공화국인 이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용역과 사측 구사대에 맞서 싸우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을 것이다. 지부장으로 어땠나.

참담했다…. 벼랑 끝에 있는 생존권을 지켜가는 조합원들의 심정은 현재 죽기 아니면 살기다. 지금까지 인내하고 참아왔던 모든 것들을 이제 다 체념한 것 같아 보인다. 그동안 노조 집행부에서 조합원들의 분노를 절제시켜 왔는데 이제는 어렵지 않겠는가.

공장을 휩쓸고간 구사대가 버리고 간 쇠파이프와 머리띠

조합원들은 39일째 옥쇄파업을 하고 극한적인 상황을 함께 맞으며 공장안에 있었다. 조합원들은 그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우릴 향해 적대시하는 것을 보고, 구급차를 타고 가는 환자인 노조 조합원들을 끌어내서 짓밟는 모습을 봤다. ‘과연 이것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조합원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노조는 연대를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금속노조와는 연대투쟁 방안, 계획들에 대해 어느 정도 소통되고, 논의되었는가.

수배가 떨어져서 금속노조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회의 결정사항을 접한 결과 정리해고가 온당치 않고, 쌍용차 생존권 투쟁은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이라는 절박함속에서 긴급하게 확대간부들이 우리를 엄호해 주고, 4시간 부분파업. 1일 총파업까지 결의해 지부장으로 한 없이 큰 힘을 얻었다. 이런 결단들은 그동안 IMF 이후 처절하게 밀렸던 금속 노동자들이, 또 이 땅의 노동자들이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나오는 몸부림이다. 그 내용과 결단이 기대 수준이 아니라도 쌍용차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 큰 연대의 힘을, 금속의 힘을 느끼는 계기였다. 또 그렇게 되길 소망한다.

쌍용차 조합원, 금속노조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9일째 공장을 사수하는 파업투쟁을 하며 노조는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는 이길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들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지금까지 이 긴 시간을 말 없이 실천하는 조합원들의 힘으로 쌍용차 투쟁은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그 힘이 미약했다. 미약할 때 금속노조를 비롯한 연대 힘이 컸다고 보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권력이란 이름으로 우리 투쟁을 직접 탄압할 것이 예상되는 큰 갈림길에 서 있다. 동지들의 힘, 연대의 힘이 어느 때보다 가슴 절절히 소중하다. 정말 쌍용차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의 문제다. 이곳 쌍용차 노동자들과 함께 정당하지 못한 국가폭력, 경찰병력 침탈에 맞서 싸워줄 것을 부탁한다. 같이 싸워 이길 때 노동자들을 옥죄는 정리해고라는 밧줄을 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