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사람

고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 7추기 추모 분향소 차려져

참된 2009. 6. 15. 12:02

대한문 앞 분노의 함성 "정권 퇴진 외치고 독재 끝장내야"

경찰폭력규탄 문화제, "강희락 청장 처벌하고 이명박 물러가라"

 

이재진, 신용철 기자    민중의 소리
 
 
뜨거운 분노의 함성소리가 덕수궁 대한문 앞을 가득메웠다. 경찰과 정부를 향해서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다함께, 계승연대 등 8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이하 민주넷)는 13일 경찰폭력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정당성 잃으면 공권력 아닌 폭력...경찰 폭력 맹비난

문화제는 대한문 앞을 가득채우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30미터를 줄지어서 3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지켜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우리 역사에서 공권력은 없었다. 공권력은 정권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사조직으로 운영돼 왔다"며 이번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경찰의 '방패찍기' 진압에 대해 "경찰의 방패와 곤봉은 방어용이다. 사람을 죽였거나 공공물건을 훼손할 경우 쓸 수 있는 것"이라며 "죽어도 괜찮다는 분명한 살인미수"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언제까지 경찰탄압을 가지고 집회를 할 수는 없다"며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힘을 합쳐서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감옥갈 각오를 하고 정권 퇴진을 외치고 독재를 끝장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연설에 시민들은 빨간바탕에 '살인정권 독재정권 이명박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구호를 외쳤다.

살인정권 독재정권 이명박 퇴진 피켓을 든 시민들

살인정권 독재정권 이명박 퇴진 피켓을 든 시민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범국민대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을 동원해 폭력해산시켰다. 평화적으로 집회가 진행되고 마무리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폭력진압에 대해 "경찰청장 정도 책임을 물어서 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대표를 갈아치워도 안되는 것이다. 최고 책임자가 누구냐"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각성하고 반성하고 전면적으로 국정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의 또다른 피해자인 용산 참사 유가족도 무대에 올랐다.

고 이상림씨 며느리인 정영신씨는 "경찰 공권력이 무자비하게 용산 학살을 저질렀다. 그래놓고 단 한명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권단체연석회의 기선 활동가는 6. 10 범국민대회 경찰 인권 침해 상황을 보고했다. 인권 침해 상황 보고에서는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발표됐다.

불법행위가 없을 때도 상시적으로 채증하고 정복을 입지 않고 사복 경찰이 채증한 불법 사례, 장애인으로 보이는 시민이 사지가 들려 연행되는 과정에서 변호사의 접견이 거부된 사례, 경찰이 공무집행을 할 때 이름과 소속을 밝혀야 하는데도 의도적으로 표식을 가린 사례 등이다.

칼러TV 김승현 리포터도 10일 당시 경찰의 폭력성을 증언했다. 그는 경찰관이 휘두른 '삼단봉'에 다친 피해자이기도 하다. 김 리포터는 "해당 경찰은 우리가 카메라팀인 것을 알고도 무기를 휘두르고 달려들었다. 손으로 막았는데 뼈로 막았으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지휘봉인 줄 알았는데 쇠로된 물건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그것으로 등 뒤에서 시민을 가격하는 모습도 2, 3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하게 법절차를 지켜서 하면 공권력이지만 정당성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폭력일 뿐이고 같이하면 조직폭력"이라고 맹비난했다.

2MB OUT 촛불

2MB OUT 촛불ⓒ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민변 박주민 변호사도 "지난 4월 법조인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가 법치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이 정부가 있는자에게 법집행을 하지 않고 없는 사람에게만 강경하게 법집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법을 앞장서서 지키고,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시위대 앞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10일 경찰의 폭력진압은 경찰관장비관리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체포까지 당했던 일명 '고대녀' 김지윤 씨는 경찰의 과잉진압 영상을 보고 "80년대 광주 사진을 보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저는 84년도에 태어나 '타는 목마름으로' 왜 민주주의를 외쳤는지 모르겠지만 2009년 타는 목마름으로 왜 민주의를 외치는지는 안다"고 말했다.

3000여명 시민도 경찰 폭력에 울분

문화제에 참가해 촛불을 든 시민들도 경찰 폭력에 울분을 터뜨렸다.

김지원(대학생, 22) 씨는 "기본적으로 경찰이라는 직업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인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친구들 중에 전․의경으로 군 복무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하나같이 다들 현 정권 때 전 의경으로 군복무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다고 덧붙였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라는 동호회에서 나온 백승준(35) 씨는 '국민들 가슴의 상처에 민주주의 밴드를 붙여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밴드를 분향소를 찾은 많은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직업 때문에 하루 종일 약국에만 있다보니 마음만 있지 실질적으로 힘이 되지 못해 안타까웠다. 경찰의 폭력이 과하고 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민들에게 밴드를 나눠주며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이렇게 기쁘다"라고 웃어보였다.

촛불을 켜고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며 'OUT'을 외치는 시민들

촛불을 켜고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며 'OUT'을 외치는 시민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김기태(공무원, 52) 씨는 지난 6월 10일 범국민대회 때 있었던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치가 펄럭이는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시민들이 평화롭고도 안정적인 집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방패로 시민들의 머리를 찍고 3단봉을 이용해 무차별로 폭행하는 것은 현 정권이 더 이상 민주주의 정권이 아니다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결과였다"라고 지적했다.

대한문 앞에서는 10일 경찰의 폭력행태를 담은 사진이 전시돼 시민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문화제가 시작되고 난 후 연이어 수차례 해산 경고방송을 해 빈축을 샀다.

경찰은 이날 서울도심권 일대에 98개 중대를 배치했고, 대한문 주변에는 특히 시청역 1번 출구 인도에 진압복을 입은 전의경 300여명을 배치해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고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 7추기 추모 분향소 차려져



경찰의 폭력진압 규탄 문화제가 열리는 대한문 한켠에 미군 장갑차에 의해 숨진 "고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 7주기"를 기념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오후 6시부터 분향소가 준비되기 시작해 7시부터 문화제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효순이, 미선이 분향소를 찾기 시작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미선이 효순이 7주기를 맞아 두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차려지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미선이 효순이 7주기를 맞아 두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차려지기도 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서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황윤미 사무국장은 "소통이 꽉 막힌 서울광장과는 다르게 현 정권의 독재를 규탄하고 평화통일을 소원하는 소통의 공간인 대한문에서 미선이 효순이를 기리고자 7주기를 이곳에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 사무국장은 "지금 미 2사단 근처에 효순이 미선이 추모비가 미군에 의해 세워졌는데, 이는 효순이 미선이가 사망한 지 100일 후 쯤에 미군이 전혀 사과하지도 않은 채 국민들의 촛불 행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운 것"이라며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군들에게 추모비도 함께 가져가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런 반성과 뉘우침도 없이 만들어진 추모비는 의미도 없고 오히려 우리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추모비를 우리 손으로 세우는 것이 참된 의미가 있기에 현재 모금 중"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평통사에서는 추모위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분향소에 차려진 '추모비 모금함'에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는 시민들도 많았다.

위혜진(대학원생, 27) 씨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뒤늦게 소식을 듣고 촛불행렬에 참여했었다"며 "그 당시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도 물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모순된 세상을 바라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위씨는 "옳은 것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확신을 더욱 가지게 되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효순이 미선이가 언젠가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입력 : 2009-06-13 22:22:05 ·최종업데이트 : 2009-06-14 11:5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