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사람

살아있다면 22살, 미선이와 효순이

참된 2009. 6. 15. 11:47
살아있다면 22살, 미선이와 효순이
[사회]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두 여중생
신철훈 기자   shin2na@hanmail.net   바이러스

▲사고 장소엔 심미선, 신효순 추모비만 덩그라니 있다. 
ⓒ 인터넷뉴스바이러스

 

13일은 미선이 효순이가 떠난 지 7주년 되는 날이다. 32-1번 버스를 타고 가는 길, '급커브길이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곳이 미선이와 효순이를 떠나보낸 장소다.

미선효순 사고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02년 6월 13일, 친구 생일잔치를 가던 심미선, 신효순(당시 중2)양이 미군장갑차에 치여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갓길을 걷던 두 여중생은 뒤에서 덮친 50톤  짜리 미군 장갑차에 전신 뼈마디가 으깨졌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숨졌다.

이후 가해 미군인 마크워커와 페르난도 니노는 미군 법정에서 무죄 처리를 받았고, 국민들은 촛불시위를 개최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청소년들 역시 세 차례의 행동의 날을 개최해  '가해자 처벌, 조지 부시 대통령 사과, SOFA협정 개정, 재판권을 한국으로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

▲미선 효순이 추모비, 다 녹은 양초가 보인다.
ⓒ 인터넷뉴스바이러스

미군이 세운 추모비는 곳곳에 상처투성이고 최근에는 아무도 찾지 않아 허전하기만 하다.

미선이와 효순이는 7년전 주한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아직 풀리지 않은 감정을 반영하듯 추모비에 있는 미군 표식은 먹으로 지워졌다.

살아있다면 22살, 가장 생명력 있는 삶을 살 나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세상에 없다.

기자가 방문한 날, 다 녹고 채 켜지 못한 양초만이 쓸쓸히 반겨줬다.

추모비 입구에서 텃밭을 메는 79세 노인은 “말도 못하게 불쌍한 일이다.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넋을 어떻게 잊겠나?”고 말했다. 아직 미선, 효순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다.

노인의 말로는 가끔 사람이 찾아온다고 한다. 언젠가 미군 100여 명이 몰려왔다고 하는데, 뭘 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6.10 항쟁 등 우리의 6월은 뜨겁다. 이제 현실에는 없고,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이들을 기억하기에 매년 6월이 더 뜨거워지는 듯 하다.

미선이, 효순이도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

7년전, 미선이와 효순이에게 쓴  편지  
 
우리 곁에서 너희를 떠나보내면서

조유림 (당시 조양중학교 2학년 8반)

예전부터 너희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이제야 너희에게 편지를 쓰는게 미안하고 안타깝다.

교실 한쪽에 있는 너의 빈 책상, 너희와 우리들이 떠들던 창문가를 보면 너희가 우리 곁은 떠나야 한다는게 믿겨지지 않고 금방이라도 교실문을 열고 들어와서 활짝 웃을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저려온다.

아직은 죽음이라는 단어는 15살인 우리들에게는 어울리지 않고 무섭고 두려운 말일 뿐인데...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 속에는 네가 소중히 지녔던 꿈들이... 나중에 훌륭하고 멋진, 안무가, 화가가 될거라던 너의 푸른 꿈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우리들의 마음을 찌르고, 울리고 있단다. 효순이 미선이가 열심히 노력해서 그린 그림으로 채워진 스케치북, 너의 손때붇은 교과서들 모두가 지금 우리에게는 이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이란다...

가까이 있고 항상 곁에 있으면 소중함을 모르는게 사람인 걸까? 너희가 갑자기 떠나게 되니 왜 너희에게 잘해주지 못했을까... 착하고 여린 너희들의 마음 다치게 했었지는 않았나 자꾸 후회가 되고 미안한 마음만 들게된다.

검은 액자속에 있는 너희들의 사진은 오늘따라 슬퍼 보이고 너희의 아픔을 얘기해주는 듯 해... 대체 그 무언가가 미선이 효순이가 우리 곁을 떠나게 만들었는지,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는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효순아, 미선아! 만약 너희가 이 자리에 있다면.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런 곳으로 떠나니까 가기 전에 너희를 힘들게 했던 모든 것을 용서하고, 잊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길 바래..

나와 여기 있는 친구들.. 우리 모두는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거야. 착한 효순이, 미선이 천국으로 가는 길 힘들어 질까봐...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할까봐... 신효순, 심미선. 이제는 너희들 모습을 볼 수도, 너희의 이름을 불러볼 수도 없겠지만 효순이, 미선이의 착하기만 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모습 그대로를 우리 마음 한곳에 간직할게...

효순아, 미선아. 이제는 너희를 보낼 시간인 것 같다. 효순이, 미선이 너희도 천국에 가서 편하고 행복하게 우리를 지켜봐 줘. 어제였던 14번째 효순이 생일 진심으로 축하하고, 다시 태어난다면 예쁜 꽃이 되어도,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되더라도 너희가 우리 곁으로 만이라도 올 수 있도록 두손 모아 하늘 아래서 기도할게...

▲맨위로 2009년 6월 12일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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