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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카트 부지영 감독 “A급 배우가 출연하는 게 맞아요”
13일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 현장. 영화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영화에 출연한 보이그룹 엑소의 도경수를 응원하는 함성도 여기저기서 터졌지만, 울분을 참지 못해 혀를 차거나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많았다.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돈 없고 힘없는 이들의 고통을, 우리가 아주 흔하게 들르는 공간 '마트'를 통해 포착해서겠다. 이 영화가 개봉 이후에도 시사회와 같은 반응을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영화 <카트>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는 팟캐스트 방송 <무비버스터>에서 진행했다.
카트,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
부지영 감독이 직접 소개하는 영화 <카트>가 궁금해진다. 아무래도 감독이 소개하면 뭔가,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부 감독은 "카트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라고 예사롭게 소개했다.
그가 카트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그는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의 인권에 관한 영화를 많이 찍어 왔다. 그의 시선에서 볼 때 <카트>는 특별한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태껏 봐왔던,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 대해 특별한 부탁이 뒤따른다.
"제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최소한 한 40명의 여배우는 나오겠구나 그런 생각으로 그 연출제의를 받았어요. 또 평범한 여자들이 목소리를 담은 영화, 그 점이 또 되게 흥미로웠어요. 작가들이 써도 현장에서 연출하고 표현하는 것은 어쨌든 그 부분은 제가 해야 하는 거라 사실 남자 분들이 여자 분들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모르는 게 맞고요. 그런데 여성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좀 거창하게 포장이 된 거 같아요. 사실 이번에 처음으로 깊이 고민했던 기회가 됐고요. 그 전에는 국가인권위에서 의뢰받은 작품을 하다 보니 그런 소재를 가지고 했던 거지 뭐 아주 오랫동안 여성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가져온 것처럼 포장은 안됐으면 좋겠어요.(웃음)"
부지영 감독이 '여성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라는 표현을 이렇게까지 따돌린 이유는 대학시절의 경험 때문이겠다. 부 감독은 특별하게 운동이라는 것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데모하는 선후배들 천지였고, 데모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였다. 아마도 그에게는 모든 삶의 이야기가 평범하다고 비춰질지 모르겠다. 어쨌든 사람이 사는 일이니까.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학생운동이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었죠. 늘 등록금 투쟁 항상 있었고 옆에 친구들이 하는 것도 구경하고 또 기숙사 같이 쓰던 언니가 화염병 던지는 것도 보고."
선입견을 넘어
<카트>에는 염정아와 문정희가 출연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영화에 대중적인 여자 스타가 잘 어울릴지, 영화 팬으로서 염려가 있었다. 화려하고 예쁜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겠다. 하지만 부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일단 그는 염정아의 연기에 반한 상태였다. 영화 <오래된 정원>에 출연한 염정아를 본 뒤였다. 또 미모의 계산원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로 문정희라는 배우도 필요했다.
"영정아씨를 캐스팅한다고 할 때 되게 떨렸어요. <오래된 정원>이후 이번 캐릭터를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을 할지. 그런데 정말 잘해내셨다고 생각해요. 200%하셨어요. 그리고 문정희씨 본인이 되게 굉장히 지적인 캐릭터에요. 본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표현하셔서 이 캐릭터에 되게 적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여자 배우분들도 그랬지만 강우씨나 다른 남자배우들도 본인의 외모만큼 안 나와요 굉장히 소탈하고 소박하게 나오시지, 원래는 실제로 더 잘생기셨죠."
보이그룹 엑소의 멤버 도경수가 출연한 것도 화제라면 화제다. 부 감독도 시사회에서 함성을 질러대는 팬들을 떠올리며 "도경수씨 보러 오셨을 거 같아요. 전 연령층에 다 어필하는 가수. 카트가 첫 연기였고요. 이 친구가 워낙 연기를 잘 받아들이는 스펀지 같은 능력이 있어요"라며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카트>에 대한 반응이 도경수 팬덤현상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영화가 꼭 한 연예인의 등장만으로 환호를 받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문이겠다.
결론이야 여러 인기 배우들이 출연해 무사히 영화를 찍었지만, 캐스팅하는 과정은 어마어마했을 듯싶었다. <카트>에 출연한 배우들은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지명도를 자랑한다. 노동, 운동, 투쟁 단어만 나와도 알러지를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왜'라는 질문이 나올만하다.
"그게 의외로 잘 됐어요. 영화 제작사인 명필름에서 이 영화를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었고 많은 분들이 봐야 한다는 게 일단 가장 첫 번째 조건이었죠. 그러다보니까 당연히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고, 저도 그 생각이 되게 좋았어요. 신선했고요. 전형을 벗어나는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A급 배우가 저희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맞아요."
우려와 달리 유명 배우들의 출연은 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는 역할을 했고, 한층 더 대중적인 힘이 실리는데 기여했다. 거기에는 적극적으로 마음을 나누려는 배우들의 태도도 한몫했다.
"배우 분들이 의외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정말 주저함 없이 결정해 주셨어요. 오히려 이 분들한테 더 편견이 없다는 것이 더 놀라웠고, 시나리오를 받고 자기가 받았던 어떤 감동을 연기로서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 일단 그게 가장 처음이었고, 이게 뭐 사회적인 이슈다 파장이다 이런 건 오히려 그 분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던 거 같아요."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영화 <카트>에서 삶의 보편적인 정서, 가족과 사랑, 동료애와 희망을 봤기 때문이겠다. 살벌한 투쟁의 과정 또한 과장 없는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놀라운 장면은 이렇게
<카트>에는 얼굴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명한 연극배우들이 출연한다. 그럼에도 놀라운 팀웍으로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많은 수의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에서 배우들끼리 뜻이 맞지 않으면 리얼리티를 담아내지 못한다.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다 느낀다.
"조합원 배우들도 많죠. 연극판에서 굉장히 유명하신 분 30여 명이 대거 출연하세요. 그 분들과 우리 주연배우들이 결국 나중에는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서로 섞여서 대단한 앙상블을 만들어냈어요. 그게 저는 제가 한 게 아니에요. 너무 그 분들한테 고마운 게 대기실에 있으시면서 함께 놀고먹고 쉬고 이러시면서 이미 친해지시고 그게 현장에까지 고스란히 기운이 전해져서 그런 연기들을 하실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누구 하나 기 싸움을 한다거나 그런 게 없었고 그분들이 동등하게 누구나 다 배우고 똑같은 공간에서 같이 쉬고 놀고 주무시기도 하고. 저는 40명이라는 수가 너무 많아서 한 분 한 분 다 챙겨드리지 못한 게 힘들었던 거지 그분들 사이의 그런 관계 때문에 힘들거나 이런 건 전혀 없었어요."
부지영 감독은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배우 김영애의 이야기를 꺼낸다.
"김영애 선생님께서 여러 사람들이 같이 몸씬을 하는데 테이크를 자주 가면 너무 힘들잖아요. 다들 너무 악쓰고 몸싸움도 하고. 그런데 그때 제가 부탁드리기 너무 힘들어 하는 그런 순간에 나서서 그런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딱 한 번만 하고 끝내자, 다 눈에 총기세우고. 이렇게 옆에서 해주셔서 그 덕을 많이 받았어요."
<카트>를 보면서 놀라운 점은 도심 속 대형마트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내용만 보자면 마트 입장에서는 절대로 장소를 대여해줄리 없다. 스스로 자신을 욕하는 꼴이니 말이다. 게다가 시내 한가운데에 저렇게 큰 세트를 짓기도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장소를 구한 것일까.
"마트는 세트에요. 700평정도 되는 물류창고에 세트를 지었고, 또 나머지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물류창고가 산 속에 있어요. 그래서 그 바깥은 다 CG예요. 도심 속의 마트 장면은 거의 100% CG라고 보시면 되요. 저도 처음으로 이렇게 제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많이 써봤는데요. 그런데 정말 필요한 부분이었던 거 같아요. 마트가 영화 전체의 3분의 2가 나오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촬영을 해야 하고 어디 가서 빌린 마트에서 허겁지겁 촬영하고 이럴 수도 없어요. 다만 물류창고에서 찍게 되면 결국 나머지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게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보시는 분들이 거의 믿지를 못하셔서 이거 역시도 잘 됐다 싶어요."
예매율이 중요하다
<카트>는 실제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업무 외 연장근무를 아무렇게나 요구하는 관리자, 복도에서 쓰는 반성문, 생각의자, 진상고객 앞에 무릎 꿇은 계산원, 청소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공간 등 실제 사례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부지영 감독은 각각의 캐릭터만 만들었을 뿐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좀 의외다. 여성 노동자들이 카트를 밀고 돌진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텍스트로 이후의 결말을 설명한다. 구체적인 상황으로 스토리를 끌고 온 영화치고는 굉장히 관념적인 결말이다.
"너무 명확한 마침표를 찍는 것이 저로서는 좀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실 그 결말은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그 결말이었고, 1년 넘게 고치면서도 결말은 안 바뀌었어요. 복직한 조합원들 그리고 밖에 남아서 싸웠던 조합원들이 함께 모여서 다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그 장면이 결국은 가장 좋은 해피엔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열린 결말로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부 감독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편치 않다. 개봉관과 예매율 때문이다.
"많은 분들은 주변에서 잘될 거 같아 라고 응원해주시는데 제가 몇개 극장에서 예매오픈이 됐는지 확인을 해봤어요. 그런데 롯데가 단 하나. 물론 일주일 전이라 아직은 모르는 거고 점점 늘어나겠지만 롯데가 1개였고 CGV가 36개인가 그랬어요. 저희가 또 역시 중소규모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라는 배급사에서 배급을 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크린을 잡을 순 없고요. 개봉 전 예매율이 중요해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그럼에도 부지영 감독은 팬들을 믿고 우리 사회에 희망한다. 이런 영화가 잘 돼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는 바람 때문이겠다. 노동자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비자들이 현실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고, 기업이 여성 노동자들의 고충을 덜어 주길 바라는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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