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28일부터 투표에 들어가는 진보신당 대표단 선거를 앞두고 16일 제1차 대표 후보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중앙당사에서 녹화방송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에서는 언뜻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노선과 정책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2012년 대선 평가
이용길 후보는 18대 대선 평가와 관련해 “(진보신당은) 대선과 총선에서 실패했다. 지난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5년간 임시정당으로 지낸 총체적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선을 당 안에서만 평가할 게 아니다. 당 바깥의 시선들을 보면 (진보정치의) 실질적인 붕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당의 전략적 목표가 부재했다. 당원 교육이나 재정 마련 등 준비가 없었다. 함께 연대할 단위를 묶는데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후보는 이 후보의 평가에 대해 “다 동의하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지난해 통합-독자 논쟁 이후 좌파정치 재구성과 재건이 유보됐다. 다른 세력들이 기다려달라고 한다며 당명 개정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그 결과 김소연-김순자 캠프에 끌려다녔다. 어떻게 바로 설 것인가를 해명하고 분명히 하지 못한다면 악순환은 반복된다”고 말했다.
금민 후보는 “독자적으로 대선을 돌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또한 “연대 전술에 입각한 공동대응도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심/조 핑계대는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공론정치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의견을 떳떳이 개진하지 않는다. 총체적 기획을 제시하지 않는다. 담합에 만족한다. 투명하게 전면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당원들과 소통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방침 승복 불복을 둘러싼 토론
자유토론에서 이용길 후보는 금민 후보에게 “김순자 당원의 탈당과 그를 지지하는 것은 당론 위반”이라며 “갈등 구조를 일으켰던 데 대한 견해를 묻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금민 후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기구에서 결정된 것이 당론이지만 이를 힘있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당대회나 전국위원회를 통했어야 했다. 선출 후보와 지지 후보는 다른 것이다. 의결 기구로 의견을 결정했다면 그런 분열이 일어났겠나”라면서도 “당론 위배는 맞다. 남은 문제는 김순자 캠프의 활동이 어떤 사회적 의미인지에 관한 것인데, 그것은 제가 말할 부분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 후보는 “당론 위반이라고 인정했지만, 대표가 되어서도 다른 판단과 다른 핑계를 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후보 또한 금민 후보에게 “리더십의 정치, 공론장의 정치를 잘 하지 못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김순자 탈당과 지지가 결론적으로 당론 위반이었다는 말은 변명이 아닌가. 안효상 전 대표의 좌파당으로의 당명 개정 등이 부결된 이후 전국위나 당대회를 소집하지 않은 것을 탓할 수 있나”라고 비판적으로 질문했다.
금 후보는 해당 질문에 “변명이 맞다. 독자 대응안은 전국위에서 발의했고 개명 하나 더 끼얹어서 쟁점을 놓쳤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되는 것인지, 대선을 포기하는 것인지, 정해달라고 했지만 홍세화 대표가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고 반박했다.
금 후보는 “대표단이 정한 당론이다. 자기 당이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는데 의결기구를 거치지 않고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 후보의 이같은 설명에 이 후보는 “(지난 일은) 털고 잊고 가자는 것인데 이를 정확히 반성하거나 관리할 우리의 내부 합의가 없으면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고 지적하며 “좌파당 당명 안건을 함께 제출할 때 안효상 대표에게 (당명 개정안건을) 빼달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대로 올라왔다. 전국위원들 사이에서도 분리해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안효상 대표는) 개명안을 분리하여 논의하자는 안은 곧 독자대응에 대한 반대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고 반박했다.
이후 토론에서도 이용길 후보는 금 후보에게 “금 후보는 전체 당을 함께 모아내는 것보다 이해관계나 정파 중심의 활동에 치우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회당과 진보신당이 통합했을 때의 감동과 전망을 지난 시기에 많이 소실했는데 걱정스러워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 후보는 “단결과 단합, 화해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공론을 통해서다. 조각투성이의 누더기 화해, 합의로는 안 된다”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다수파는 다수파인 만큼 절차를 지켜야지 무조건 따라와라, 이런 것은 발언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재창당의 목표와 주요 세력에 대한 인식
이광호 사회자가 재창당에 대한 시기와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세력과 함께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통 질문을 던지자 김현우 후보는 “노/심/조가 나가도 무언가 하는 당이어야 한다. 이번 재창당은 변화된 양상을 담아내야 한다. 민주-반민주는 물론 보수도 더 이상 의탁할 상황이 아니다. 사민주의 정당이냐, 노동자 정당이냐, 녹색정당이냐, 과거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을 정립해야 한다”며 5월안 재창당을 내세웠다.
금민 후보는 “작년에 재창당 못했으니 올해는 꼭 해야 한다는 태도는 안 된다”며 “시대가 바뀌었다. 2008년 이후 신자유주의 호황은 끝나고 장기불황 시대에 돌입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식의 복지와 진보는 대중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지역정치는 부분적 대중의 결집만 만들어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당정치에 대한 상을 확실히 그려야 한다. 관심있는 모든 세력을 초청해 공론의 장에서 함께 얘기해야 한다. 분명한 목표와 기획을 가지고 분명한 시간표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5월 말까지 재창당을 제시했다.
이용길 후보는 “재창당은 일부 세력을 당으로 수혈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의 노선과 지향을 명료하게 할 때 재창당이 가능한 것이다. 이념과 지향을 명확히 하고 노동과 녹색을 아우르고 소수자 정치까지 모아내야 한다”며 “진보정당의 독자성장 발전에 합의하는 어떤 세력이든 함께 하자고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 중심성’에 대한 인식 차이와 민주노총
당 게시판을 통해서도 각 선본간 ‘노동 중심성’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진 가운데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용길 후보가 제기했다.
이 후보는 김현우 후보에게 “김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노동 중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발언도 했고, 재창당 논의가 준비되지도 않은 노동자들 때문에 시간만 보낸 것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노동 중심이 어렵겠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김 후보의 협소한 견해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는 “지금까지 흔히 이야기되었던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것”이라며 “이용길 후보나 이봉화 부대표 후보는 조직 노동자들의 일부인 민주노총의 옛 중앙파와 함께 하자는 것 이외에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더 협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민주노총은 혁신과 비판의 대상이지 배제와 규탄의 대상이 아니다. 나는 비정규기금을 확대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과 싸우겠다는 것인데 이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노동정치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민주노총이 혁신과 비판의 대상이라 하지만 비판과 혁신하지 않으면 규탄과 배제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며 “어떤 점을 비판하고 혁신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노동자정당추진회의와 재창당하는 것에 찬성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에 대해 구체적이고 공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결합해주길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 토론에서도 이 후보는 김 후보에게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한 진보정치의 자기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김 후보는 “당이 직접 노동조직 연대기구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고 답변했다. 당이 직접 조직하자는 주장은 금민 후보도 제시했다.
반대로 김 후보가 이 후보에게 “민주노총 대의기구 구성원 다수가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이며 조합비도 가장 많이 낸다. 그래서 지도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야합에 가까운 협상을 한다. 이런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이 후보는 “진보신당을 포함한 진보정당들이 정규직 노동자로부터 재정적으로 의지했던 것을 넘어 혁신과 전략적 전망을 제출한 바 없다. 향후 진보신당 스스로가 노동 중심성을 명료히 하면서 전략적 방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후보가 이 후보에게 재창당 과정에서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과 어떻게 결합할지 질문하자 이 후보는 “민주노총의 중심적 동지들이 노동자정당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어느 시기에 결합할 것인지에 대해 (이전보다) 진척된 부분이 있다고 알고 있다”며 “또한 대선 때 우리가 지지했던 변혁모임을 포함한 치열한 투쟁의 성과들도, 함께 창당하기 위한 경험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의 주요 노동세력과 비정규직 등 미조직 노동자 세력 양자 모두의 결합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민 후보는 최근 민주노총의 직선제 유예 문제와 관련해 본인이 직선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 관료주의다.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오래되었다”며 이 후보에게 직선제와 관련한 의견을 물었고 이 후보도 “조합원들의 직접민주주의에 의해 집행부가 선출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