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의 투쟁이 끝나던 날, 평택역 앞에서 조사를 마치고 오는 쌍용차 노동자를 기다렸다. 참 오랫만의 회포였지만, 77일의 투쟁에 대해서는 그날만큼은 묻지 말라고 한다. 분노와 회한을 남긴 그 긴 투쟁의 이야기를 함부로 풀어낼 수 없었기 때문일 거다.
6개월여가 지났다. 이제 그때의 전사들은 각각의 위치에서 다음 투쟁을 기약하고, 준비하고 있다. 누구는 '죽은 자'로서, 누구는 '산 자'지만 무급휴직으로, 누군가는 '산 자'이면서도 살아있지 않는 것처럼.
쌍용차 노동자들의 77일의 투쟁의 기록을 담은 다큐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들, '산 자'로서 '죽은 자'의 동지들은 기록으로나마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누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미 울산에서 한차례 상영회를 진행한 <저 달이 차기 전에> 상영을 다시금 조직하기로 했다.
전국 상영회가 얼추 한바탕 끝나가고 조그만 공동체 상영들이 이어지고 있는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치열했던 77일의 투쟁을 담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 가해지는 공권력과 자본과 살인적인 폭력에 대한 기록이라기 보다는 그 전쟁터를 사수하고, 버텨냈던 전사들의 일상과 속내를 더 전하고 있다.
지옥같은 전장터에서도 삶을 꾸려가고, 소소한 희망을 마음에 담고 '저 달이 차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노동자들. 인터뷰와 들여다보기를 중심으로 담겨진 77분은 끝내 승리라는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저 달이 차기 전에>는 끝내 산 자와 죽은 자가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어떻게 싹틔워가는가를 얘기하지 않는다. 투쟁 뒤의 희열을 말하지 못하는 영화의 한계는 77분이 지난 뒤에 밀려오는 비어 있는 듯한 그 무언가도 결국 우리가 찾고 채워야 할 것으로 남겨놓았다.
여기에 쌍용차 투쟁을 담은 또 한 편의 다큐 <당신과 나의 전쟁>이 곧 전국 상영회를 가질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다큐의 예고편은 쌍용차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 그리고 투쟁 이후 현재를 살아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77일이라는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싸워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몸으로 배우고 보여줬던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1차로 2월4일 오후 7시 우리를 찾아온다.
자본이 그리고 국가가 노동자에게 가하는 폭력을 묵묵히 수용할 수 없다면, 다시금 반격을 꿈꾸는 조그마한 자리. 연대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는 하나라는 마음으로 평택으로 달려갔던 노동자들, 그리고 그 곳엔 없었어도 가슴 조이며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봤던 노동자들이 다시금 한자리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 쌍용차 정특위 노동자들도 같이할 것이다.
같은 책을 다시 볼 때마다 달라지는 의미도, 같은 영화를 서너번 씩 보는 느낌과도 같이 쌍용차 투쟁을 담은 다큐들은 우리들에게 그렇게 찾아올 것 같다.
상영: 2월4일(목) 오후 7시 중구 성남동 소극장 품. 관람료 5000원.
이은영(쌍용차 77일투쟁 영화상영 추진위원회) / 2010-02-02 오전 10:45: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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