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영화

쌍용차 파업 다큐 <저 달이 차기 전에> 울산 상영(2010.2.5)

참된 2010. 5. 6. 22:58

"77일 전으로 돌아가도 우리는 또 싸운다"

쌍용차 파업 다큐 <저 달이 차기 전에> 울산 상영

 

이종호 기자  울산노동뉴스  2010-02-05 오후 12:49:46
 

4일 오후 7시 중구 성남동 소극장 품. 쌍용차 노동자들의 77일 파업 공장 안 마지막 보름을 다룬 다큐멘터리 <저 달이 차기 전에>를 보면서 극장을 가득 메운 노동자들은 1998년 여름 현대차 36일 파업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사진=이말숙 현장기자.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 1998년 현대차 36일 파업, 1999년 한라중공업 72일 파업, 2001년 대우차 파업, 2009년 쌍용차 77일 파업...

 

정리해고와 '공'권력의 진압에 맞서 생존권과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금속 대공장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해 파업을 벌이고 목숨을 건 '전투'를 벌였다.

 

전투는 노동자들 안에서도 벌어졌다. 파업 불참자에 대한 파업 노동자들의 적대감은 파업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뒤에도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른바 산자와 죽은자로 나뉜 노동자들이 서로 쇠파이프를 휘둘러야 했던 비극은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그동안 벌어졌던 대공장 점거파업은 대개 노동자들의 패배로 끝난 듯이 보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은 현대차 4.28 연대투쟁과 5월 전노협 총파업, 반민자당 전국 동시다발집회로 이어지면서 출범하자마자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엄청난 공세에 시달려야 했던 '민주노조운동의 구심' 전노협을 지켜냈다.

 

1998년 현대차 36일 파업은 정리해고가 결코 자본이 의도하는대로 저비용으로 아무 저항없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금속 대공장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파업은 한국 노동운동의 기개와 전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전세계 노동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까지 공장을 '사수'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을 '패배자'라고 부를 수 없는 까닭은 "77일 전으로 돌아가도 우리는 또 싸운다"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 투쟁을 패배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상영회에 함께하기 위해 평택에서 온 쌍용차 정리해고특별위원회 노동자들에게서 들은 쌍용차 평택공장의 '현실'은 1998년 36일 파업 뒤의 현대차 울산공장과 비슷하거나 더 심각했다.

 

"지금 현장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컨베어 속도가 예전에 3분40초 하던 게 지금은 2분40초 한다. 컨베어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는데 인원은 그대로거나 더 줄었다. 그래도 해고자나 무급휴직자보다 낫다 싶어 사람들이 찍소리도 못한다. 공장 입구에 지하철 개찰구 같은 게 만들어져서 출입을 일일이 체크한다. 5분 먼저 퇴근했다가 반나절치 임금이 삭감된 사람도 있다."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 77일 파업 뒤 징계해고된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금도 경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300여명이 수사를 받았고, 64명이 구속됐다. 구속자 가운데 40명은 풀려났지만 24명은 지금도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파업 과정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두 명이 자살했고, 노조 간부의 부인이 회사측의 계속되는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다른 세 명은 스트레스에 따른 뇌졸중으로 숨을 거뒀다. 파업 참가 조합원의 51%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파업 조합원과 조합 간부들을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문제로 조합원 두 명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해고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다. 막노동을 하거나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대로 일을 하지만 역부족이다.

 

쌍용차 정특위는 정리해고자 158명과 징계해고자를 합쳐 192명으로 이뤄졌다. 정특위는 홀수날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집회를 벌이고, 재정사업으로 노동자역사 한내와 함께 펴낸 <쌍용차 투쟁백서>와 <연두색 여름>을 팔고 있다.

 

정특위 이영호 위원장은 "우리의 꿈과 목표는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5~7일 쌍용차지부장 선거가 끝나면 전국순회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정특위 노동자들은 "이 투쟁을 패배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엎드릴수록 저들은 우리를 더 처절하게 짓밟을 것이다. 돈도 빽도 없는 노동자는 단결해서 싸우는 것밖에 없다"면서 "77일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또 싸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영화상영을 준비한 울산지역 영화상영추진위원회는 모금한 돈을 모아 쌍용차 정특위에 전달했다.

 

추진위원회는 쌍용차 투쟁을 다룬 또 다른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 울산 상영회 때 쌍용차 정특위 노동자들과 다시 만나 이날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종호 기자 / 2010-02-05 오후 12:4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