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영화

영매의 고단한 삶과 굿판 다룬 다큐멘터리 '영매'

참된 2009. 3. 4. 22:33
영매의 고단한 삶과 굿판 다룬 다큐멘터리 '영매'

산자와 죽은자를 화해시키는 영매에 관한 3년간의 기록

 

임순혜 (soonhea)   오마이뉴스  03.09.04 15:41 ㅣ최종 업데이트 03.09.04 17:42

 

 
▲ 영화 '영매' 포스터
ⓒ 임순혜


다큐멘터리 '영매'시사회가 있던 날(9월 2일), 동숭동 예술영화전용관 '나다'앞뜰에서는 굿 한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매'의 주인공 세습무'채정례'씨의 고 정00 회장을 비롯한 4분의 넋을 위로하고 혼령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진도씻김굿 한판이 '영매' 시사회에 앞서 열린 것이다.


 

▲ 춤추는 영매, 채정례
ⓒ 임순혜


진도씻김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극락에 가도록 인도하는 무제로, 일반적인 씻김굿은 궁중복을 입고 작두날을 걷는 등 시술적이고 무당 귀신이 직접 죽은 사람과 접하지만, 진도씻김굿은 춤과 노래로써 신에게 빌고, 소복 차림이며 죽은 자의 후손으로 하여금 죽은 자와 접하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영화 '영매' 시사회에 앞서 시사회에 참석하러온 관객들은 하얀 소복의 채정례씨의 한판 굿을 접하게 된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진도씻김굿은 80세된 노구답지 않은 채정례씨의 산 자와 죽은 자와의 화해를 염원하는 춤과 노래로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 진도씻김굿의 채정례
ⓒ 임순혜


영화 '영매'는 박기복 감독이 3년 동안 한국의 남쪽에 존재하는 모든 유형의 무당에 대한 기록을 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사라져가는 한국의 무의 정신을 보존하려한 영화다.

'영매'는 죽은 자와 산 자와의 화해를 매개하는 무당들의 고단한 삶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조화를 중시하였던 우리 민족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 우리 시대 화해와 용서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영화다.


 

▲ 채정례와 박기복 감독
ⓒ 임순혜


한국에서의 무는 종교라기보다는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아 온 삶의 한 부분이다. 무당은 점을 통해 앞날을 예견하기도 하고 굿을 주재하면서 신과 인간 사이를 중재하며, 굿판은 무당과 단골(무의 신봉자), 관객(구경꾼)이 함께 꾸려나가는 일종의 종교적 제의며 축제다.

다큐멘터리 '영매'는 이러한 우리 민족의 오랜 제의이며 축제인 한국의 무의 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현장을 찾아 발굴, 소개하며 생생한 축제의 장을 소개한다.


 

▲ 시사회에서의 채정례와 박기복 감독
ⓒ 임순혜


다큐멘터리 '영매'는 죽은 사람들의 메신저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남한의 영매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들의 고단한 삶과 굿판을 관객에게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제의에 함게 참여하게 하고 있다.

'영매'는 첫번째 주인공으로 진도씻김굿의 세습무 채씨 4자매의 삶과 그들이 펼치는 굿판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두번째 주인공으로는 신이 내리는 체험으로 강신무가 된 진도 무당 박영자의 삶과 굿을 보여주고 있으며, 세번째 주인공으로는 인천의 황해도 굿의 강신무 박미정의 살아 생전의 원한과 설움을 풀어주며 좋은 세상으로 보내는 굿판으로 인도한다.


 

▲ 진도씻김굿의 채정례
ⓒ 임순혜


이 영화는 우리의 무당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쳐주는 계기가 되게 하고 있으며, 세습무(신들리는 현상 없이 조상대대로 무업을 이어받아 형성된 무당)와 강신무(신이 들리는 강신 체험으로 형성된 무당)의 차이를 관객에게 알려줌으로서 그들의 역할과 굿의 내용이 다름을 가르쳐주는 교육적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영매'는 타자를 영접하기위해 자신의 몸을 빌려주어 굿에 참여하는 모두를 몰아적 상황에서 모두를 하나가 되는 영적체험을 만들어내나 한편으로는 멸시당하고 있는 무당의 인간 세상에서의 고립되고 서글픈 삶의 상처들을 드러내주어 우리의 이기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 춤추는 채정례
ⓒ 임순혜


'영매'를 제작한 박기복 감독은 연세대 철학과를 나와 다큐멘터리 '행당동 사람들'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등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온 감독이다.

이 영화에서도 죽은 자와 산 자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본인은 외롭고 고달픈 무당의 삶과 굿판의 생생한 현장을 역시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 무당의 삶과 무속의 힘을 재조명하고 있다.

'영매'는 2002년 부산영화제 '와이드 앵글'부문에서 운파펀드를 수상했으며, 2002년 대만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New Horizon 부문에서 상영을 하였고, 2003년 뮌헨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에 진출한 작품이다.

죽은 자의 살아 생전의 원한을 풀어주고, 죽은 자의 상처를 씻어주고 화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영매'의 진솔한 춤과 노래의 축제에 동참하는 기회를 권하고 싶다. 

 

 

 
2003-09-04 17:24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