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예술

광주 금남로 달군 ‘판소리 촛불시위’

참된 2008. 7. 12. 16:48
                                                       

 

 

               

               지정남(36·왼쪽) / 백금렬(35·사진)    

    

 

광주 금남로 달군 ‘판소리 촛불시위’
백금렬·지정남씨 ‘거리사회’ 인기
한겨레 정대하 기자

2008-06-12 오후 07:20:26

 

“말도 재밌게 하고, 소리도 잘하고, 참 고생했소야….”

 

지난 10일 밤 광주 금남로 촛불문화제가 끝날 무렵 한 시민이 사회를 맡았던 백금렬(35·사진)씨의 손을 꽉 잡고 “실물로 봉께 더 미남이구만”하며 웃었다. 광주 무등중 한문 교사로 광주문화방송 국악 프로그램인 <얼씨구 학당>을 진행하는 백씨는 대학 시절 풍물패로 활동하다가 소리를 배워 전주대사습과 보성소리축제에서 입상한 소리꾼이기도 하다. 지난달 촛불문화제엔 소리꾼으로 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풍자하는 창작 판소리를 자진모리 가락으로 걸쭉하게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그냥 임기응변으로 사회를 진행하는 것이 더 편해요.” 백씨는 “교사라는 신분보다 시민의 처지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벌교 출신으로 순천에서 고교 1학년이던 1987년 6·10항쟁을 맞아 거리로 뛰어나갔던 그는 “오늘(10일) 광주 촛불판은 다른 때와 달리 펄펄 끓는 기운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백씨는 학생들 사이에 ‘괴짜 노총각’, ‘우찾사’(우리의 소리를 찾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선생님’ 등으로 불린다. 그는 스스로 “책을 읽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먼저 실천하자”고 약속하고 한다. 녹색연합 회원인 백씨는 누군가의 기념일엔 <녹색평론> 구독권을 선물하는 ‘생활 밀착형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거리의 사회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지정남(36·왼쪽)씨도 즉석에서 나오는 풍자와 특유의 입담으로 촛불문화제의 판을 휘어잡는다. 백씨와 <얼씨구 학당>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지씨는 라디오 시사풍자 프로그램 <말바우 아짐>에서 감칠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로 서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고 있다.

 

시민들은 탁한 듯하면서도 고음의 목청을 지닌 백씨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일품인 지씨가 “미친 소”하고 외치면, “너나 먹어”라며 흥겹게 추임새를 넣는다. 이들은 시민들과 함께 외치는 구호에도 “콱 갈아불자”, “그냥 쪼사(쪼아) 불자” 처럼 ‘원단’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구성진 민요와 판소리 가락을 섞어가며 광주 촛불문화제의 흥을 돋우고 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